제주 식당 노키즈존 선언 화제
메뉴에도 없는 달걀말이,조미김 등 요구
손주있지만 너무 힘들어 노키존 불가피
제주도의 한 유명 식당이 '노 키즈 존'을 선언한 이유가 공개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2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제주의 한 식당이 노 키즈 존으로 바뀌게 된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소개된 식당은 우럭튀김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은 2021년 5월 3일부터 노 키즈 존으로 운영되고 있다. 식당 측은 공지 사항을 통해 '일반 음식점인데도 부득이하게 노 키즈 존으로 운영 중인 이유'를 설명했다.
식당 측은 "먼저 대표메뉴인 우럭 정식은 생양파 양념이라 간혹 매울 수도 있다. 아이들의 관점에서 매운 음식이라는 빨간 양념 비주얼에 부모님들이 '아이가 먹을 수 있도록 양파를 익혀서 소스를 다시 만들어달라'고 하신다"며 "현재 우럭 정식 양념은 미리 제조, 숙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빨갛게 보이지 않도록 간장으로만 소스를 다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많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튀긴 생선 요리라서 잔가시까지 씹어 드실 수 있으나, 가끔 굵은 가시가 씹힐 경우 아이에게 위험할 수 있다"며 "아이가 먹어도 될 정도의 튀김을 강요하시고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면 저희 몫"이라고 호소했다. 또 "매일 다른 국을 제공하는데, 일부 부모들이 아이를 위해 간을 덜 세게, 덜 짜게, 덜 맵게 해달라고 요구한다"면서 "특히 '우리 애를 위한 레시피로 국을 다시 끓여달라'는 무리한 요구사항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식당 측은 "매일 바뀌는 8가지 반찬 중 아이가 먹을 만한 반찬이 없으면 메뉴에도 없는 계란프라이, 계란말이, 조미김, 생김 등을 달라고 한다"며 "많은 요청에 조미김 등을 구비했으나 가게 운영상 무제한으로 제공돼야 하는 점이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동반한 부모님들은 편한 식사를 위해 다른 손님들의 의견과 상관없이 키즈 채널의 고정 방영을 요구하고 뜨거운 음식이 오가는 와중에도 아이들을 방치한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식당 측은 "저희도 손자·손녀를 두고 있고 아이를 좋아하지만, 너무 힘이 들어 부득이하게 방침을 정하게 됐다"는 설명과 함 "향후 노 키즈 존을 언제 끝낼 수 있을지 항상 고민 중이고 아이를 동반한 부모님께도 죄송할 따름"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한 누리꾼은 "저렇게 요구사항 많은 부모를 보면, 본인들이 애들을 위한 메뉴를 선택할 생각은 전혀 없더라. 돈가스나 파스타, 설렁탕집으로 가면 되는데 얼큰하고 칼칼한 것을 포기 못 하는 것"이라며 "본인들은 맛있는 거 먹고 아이들은 계란후라이나 조미김으로 때우려는 것도 우습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사장님의 심경이 이해 간다. 오죽하면 저러셨겠나", "어른 상대로 하는 음식점에 가서 아이 음식을 찾는 이유가 뭐냐", "너무 이기적이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실제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노 키즈 존 운영 사업주 205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아동 안전사고 발생 시 사업주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해서(68.0%·중복 응답)가 노 키즈 존 운영 이유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소란스러운 아동으로 다른 손님과 마찰이 생길까 봐(35.9%) ▲처음부터 조용한 가게 분위기를 원해서(35.2%) ▲자녀를 잘 돌보지 못하는 부모와 갈등이 생길까 봐(28.1%)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또 제주도 의회에서는 '제주도 아동 출입제한 업소 지정 금지 조례안'을 통과시키려 했다가 "영업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반발에 부딪혀 '제주도 아동 출입제한 업소 확산 방지 및 인식 개선을 위한 조례안'으로 표현을 다소 완화하기도 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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