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이익집단의 함정에 빠져 있다. 이번 전공의 파업에서 보듯이 의사 집단의 이익을 위한 집단행동에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국민이나 국가보다 집단의 이익을 우선하는 이익집단의 이러한 행동은 제도개혁을 늦추어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 우려된다.
경제정책은 정부가 결정하지만 경제정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법과 제도는 대부분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특정 이익집단은 관료와 국회의원을 포획해 집단에 유리한 법과 제도를 만들도록 로비와 압력을 행사한다. 이익집단의 행동이 법과 제도 구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이익집단의 역할을 극복해 국민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올바른 제도를 선택한 국가는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면서 부국으로 성장한 반면, 특정 집단에 유리하도록 잘못된 제도를 선택한 국가는 빈국으로 남아 있다. 법과 제도 선택이 중요한 이유다.
문제는 이러한 집단행동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주류경제학은 소비자나 기업인 등 개인의 행동 분석에만 치중해 농민단체, 노동조합, 교원 조합, 의사단체 등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에 마르크스 경제학은 개인의 행동보다는 노동자나 자본가 그룹 등 집단의 행동을 중요시하고, 법과 제도를 노동자와 집권 정치 집단에 유리하게 변경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적어도 집단의 행동에 대해서는 자본주의 주류경제학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할 수 있으며 해법제시에서도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노동조합이나 의사와 전공의 집단파업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중국의 추격으로 산업경쟁력이 약화하면서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가면서 앞으로 실업자는 더욱 늘어나 과거 고성장 시기와 달리 국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 우려된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세계는 고물가시대에 돌입하면서 모든 생활물가가 높아지고 있다.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혁신이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부의 불평등 또한 심화하고 있다. 저성장으로 먹고살기 힘들어지면서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익집단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 예상된다. 한국 경제는 이익집단의 반발로 제도개혁에 실패하면서 저성장, 고물가의 함정에 빠질 것이 우려되는 것이다.
한국 경제를 어떻게 살려낼 수 있을까. 과거의 경제환경이 맞게 구축된 법과 제도를 디지털, 혁신 환경에 맞게 새로운 제도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이익집단의 로비와 단체행동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주류경제학은 방법론적 한계를 인식하고 집단행동에 대한 연구를 적극화해 좀 더 현실을 분석할 수 있는 학문으로 거듭나야 한다. 또한 정부도 집단의 행동에 대한 문제점과 부작용을 국민에게 알려 제도개혁에 있어 국민의 지지도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낡고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 과거 고성장 시기에 구축한 법과 제도를 개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공의 사태는 앞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 연금, 교육, 의료 등 4대 개혁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문마다 노동조합과 같은 강력한 이익집단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은 이번 의료개혁의 사례를 교훈 삼아 이익집단의 역할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제도를 개혁해서 한국 경제를 저성장, 고물가, 경제적 불평등 심화의 함정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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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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