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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표현의 자유' 억압하는 인터넷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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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슈피겔 기자 르네 피스터
트럼프 같은 포퓰리스트들
온라인서 거짓말 쉽게 퍼뜨려
민주주의 위협하는 모습 지적

미국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는다. 수정헌법 제1조에서 표현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다. 자유로운 종교 활동과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2022년 3월 뉴욕타임스(NYT)는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미국인 비율이 무려 84%에 달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미국인들이 자기 생각을 공개적으로 말하고 의견을 밝힐 권리를 잃었다는 내용의 칼럼도 함께 실었다. 칼럼의 제목은 ‘미국이 직면한 표현의 자유 문제’였다.


‘잘못된 단어’의 저자 르네 피스터는 독일 잡지 슈피겔의 기자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때인 2020년 워싱턴 특파원을 지냈다. 그는 백악관에서 지하철로 불과 여섯 정거장 떨어진 체비 체이스에서 거주하며 당시 미국의 표현의 자유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했음을 목도했다. 그리고 미국의 자유 민주주의 가치마저 흔들리고 있음을 확인했다. ‘잘못된 단어’는 당시 미국 사회의 위기 상황을 고발하는 책이다. 피스터는 표현의 자유의 심각하게 억압된 미국의 상황을 전하며 극우 세력이 조금씩 세를 확대하고 있는 독일에서 이 같은 위기가 나타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 어때]'표현의 자유' 억압하는 인터넷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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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가 위기를 맞은 근본적인 이유는 인터넷이 가져온 매체 접근의 민주화 때문일 수 있다. 조지타운대의 루이스 마이클 사이드먼 교수는 인터넷이 담론을 더 발전된 방향으로 이끌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모두가 트위터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이는 트위터가 정보와 의견으로 주관적이고 쓸모없는 늪을 만들어낸다는 뜻일 뿐"이라고 말했다.


단적인 예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피스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사기꾼이라고 단언한다. 그래서 워싱턴 특파원 업무는 아주 기이한 경험이었다며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나치에게서 세계를 구해내고, 세계 최초로 달에 사람을 보내고, 공산주의를 무릎 꿇게 한 자랑스럽고 강력한 미국이 위험하면서 동시에 어처구니없는 인물, 국가의 어두운 정서를 이용하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허풍쟁이이자 사기꾼인 인물에게 지배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스터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포퓰리스트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마음껏 거짓말을 퍼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표현의 자유를 극대화하려는 취지에서 설립됐는데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인다.


역사적으로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는 사회를 진보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미국이 1973년 베트남 전쟁에서 철수한 것은 젊은 학자들이 거리로 나와 전쟁을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앞서 1920년 여성 참정권의 도입, 1964년 인종 차별을 금지한 민권법과 1965년 흑인의 투표권을 보장한 선거권법은 적극적인 저항의 결과물들이었다. 수정 헌법 1조를 토대로 만들어낸 역사인 셈이다.


피스터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극우 포퓰리스트뿐 아니라 진보 세력마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측면을 보인다는 점이다. 진보 세력은 평등, 소수자 보호, 차별 철폐 등 일종의 도그마에 갇혀 자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피스터는 지적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지낸 크리스틴 라가르드의 스미스대학 연설 취소 일화가 단적인 예다. 라가르드는 IMF 총재로 재직 중이던 2014년 스미스 대학 졸업식에서 연설할 예정이었다. 스미스대학은 미국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여자대학이다. 라가르드는 여성 최초로 IMF 총재에 오른 인물인 만큼 스미스대학 졸업식 연사로는 더할 나위 없이 제격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스미스대학 학생들의 반대로 라가르드는 연설하지 못했다.


학생들은 IMF가 몇몇 최빈국에서 실패한 개발 정책을 이끈 주범이었고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여성을 학대하고 억압하는 제국주의 가부장적 시스템이 강화됐다는 이유로 라가르드의 방문을 반대했다. 당시 캐슬린 매카트니 스미스대학 총장은 학생들의 주장을 수용하면서도 "자유로운 사고와 의견의 다양성이라는 우리의 핵심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NYT는 ‘초청 취소 시즌(disinvitation seas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비슷한 시기에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WB) 총재,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부 장관도 학생들의 시위로 대학에서의 연설이 취소되는 사례가 잇달았다고 전했다.


피스터는 학생들이 다른 생각과 의견을 들으려 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세계관에만 갇히는 경향이 커졌다고 지적한다. 자유로운 토론과 논쟁은 사라지고 대학이 침묵의 수도원으로 변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낸다.


피스터는 언론, 종교 등 미국의 다양한 부문에서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고 있는 현장을 살피며 전문가들의 견해를 듣는다. 다만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해법을 효과적으로 제시하지는 못 한다. 그저 트럼프 전 대통령 같은 인물이 등장한 것은 우리 사회의 불운이라며 그들이 권력을 쥘 수 없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멸시할 것이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그들과 대화해야 한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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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단어 | 르네 피스터 지음 | 배명자 옮김 | 문예출판사 | 232쪽 | 1만7000원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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