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 '2016년 박근혜 공천' 따라가
한동훈은 실점, 이재명은 득점 거의 없어
지금이라도 이재명 조정식 등 불출마해야
'좋은 불평등' '이기는 정치학'으로 주목받은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12년 차 더불어민주당 당원이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부원장도 지냈다. 그는 “아버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을 틀어놓고 식사를 하던 평민당원이었다”고 말한다.
그가 요즘 목소리를 높인다. ‘민주당의 총선 패배’를 말한다. 최 소장은 “민주당은 120석 미만, 국민의힘은 160석 이상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충무로 아시아경제 회의실에서 그를 만났다.
여야 공천이 마무리 국면인데 어떻게 평가하나.
공천을 잘못해 선거 결과가 안 좋았던 대표적인 경우가 새누리당의 2016년 총선 때다. 당시 유승민 찍어내기, 김무성 옥쇄 파동…. ‘진박이냐, 아니냐’하는 진박감별 논란이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표현으로 치면 ‘너 수박이냐, 아니냐’하는 수박 감별이다. 당시 새누리당은 무난히 이길 것으로 예상됐지만 122석을 얻는 데 그쳤다. 민주당이 123석을 얻어서 1당이 됐다. 이번 민주당의 공천은 2016년 박근혜 노선을 따라가고 있다.
국민의힘의 공천과 관련해서는 "감동이 없다"는 평가도 나오는데.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공천은 조용한 공천, 잡음 없는 공천이 맞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총선과 대선 등 17번의 선거를 분석해보면 승리 키워드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분열, 반사 이익, 중도 확장이다. 분열하지 않고, 실책하지 않고, 혁신해서 중도 확장하면, 이긴다. 본질은 약점 보완이다. 잡음 없는 공천의 다른 말은 분열 요소를 줄이는 공천이다.
민주당의 기본 지지층은 친문(친문재인), 친명(친이재명), 호남이다. 이들이 30%대 초중반 지지율을 형성한다. 분열하지 않고 2030 여성도 당기고 50대 화이트칼라도 당겨야 윤석열 정부 심판이 가능하다. 그런데 중도 확장은커녕 지지층을 박살 냈다. 이른바 ‘문명 갈등(문재인·이재명 갈등)’은 ‘문명 파괴’를 만들어내고 민주당 참패로 연결되는 구조다. 2016년 진박 감별 선거를 거의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총선 판세를 어떻게 보나.
254개 지역구 중 기본적으로 민주당 절대 강세, 국민의힘 절대 강세인 지역이 있다. 민주당은 호남(28석)과 제주(3석) 등 31석이다. 국민의힘은 영남(65석)과 강원(8석) 등 73석이다. 이 31대 73 구도를 잊으면 안 된다. 민주당은 시작할 때 기본적으로 42석을 불리하게 시작한다. 기초 체력, 펀더멘털이 다르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그걸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뒤집는 게임을 해왔다.
1987년 민주화 이후 9번의 총선에서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한 것은 2004년과 2020년 두 번이다. 이 두 번 총선의 공통점은 민주당이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각각 70% 이상 득표했다는 점이다. 민주당 계열은 항상 통합 지향적·중도 확장 지향적이지 않으면 과반을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공천 갈등이 아니더라도 180석 운운하는 건 다 헛소리다.
민주당은 2012년 불리한 판세를 경제민주화 중도 확장 노선을 내세워 극복한 사례를 배우지 않고 유리했던 판세가 불리해진 2016년 사례를 재연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총선은 민주당에 매우 불리한 선거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120석 미만, 국민의힘은 160석 이상 얻을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 공천이 마무리된 지금부터 본게임을 시작하는 것인데, 너무 섣부른 예측 아닌가.
판세의 큰 틀은 이미 결정됐다. 친명 성향 민주당, 비명(비이재명) 성향 민주당, 윤석열 대통령에 비판적인 유권자 등 세 집단을 모아내는 게 반윤석열 전선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지금 한 집단으로 선거를 치르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민주당에 끼어들 자격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오히려 이 대표가 2선 후퇴하고 김부겸 전 총리 같은 중도 성향 인물을 비대위원장으로 해야 했다. 그러면 진보·중도 정치연합이 될 수 있었다.
한 비대위원장은 약점을 보완하고 최소화했지만 이 대표는 약점을 강화하면서 분열을 극대화했다. 물론 공천 이후 민주당 지지층 일부가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떠나간 중도가 돌아올지는 의문이다. 판을 뒤집을 정도로는 부족할 것이다.
이 대표는 “혁신 공천, 혁명 공천”이라고 평가했는데.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주체는 이 대표가 아니다. 유권자다. 유권자는 여러 지표상 민주당 공천이 더 불공정했다고 생각한다. 불공정에는 사건에 대한 판단과 리더십에 대한 판단 두 가지가 들어 있다. 유권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해명하거나 죄송하다고 하거나 본인이 불출마하거나, 그런 걸 해야 했는데 국민더러 ‘여러분 생각 다 틀렸다’라며 국민의 인식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실을 부정하는 단계다. 국민이 ‘진박 감별은 나쁜 것이지만, 수박 감별은 훌륭하다’라고 할까. 국민은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것이다. 비명을 날리면 본인도 위태롭다는 걸 직시해야 하는데….
이 대표가 왜 공천을 이렇게 했다고 보는가.
성공의 역설인 것 같다. 붕어빵 잘 팔았다고 대형마트 경영을 잘하는 건 아니지 않나. 이 대표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거치며 성공한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현금 복지와 관련한 가시성 좋은 정책이다. 두 번째는 조직 장악력이다. 뭔가 미온적이거나 잘 따르지 않으면 징벌적 불이익을 확실히 줬다. 지금 민주당 국회의원을 경기도 도의원 대하듯 하고 있다. 진압 중심 사고방식이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 된 지 2년 안 된 초선 국회의원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또 ‘여론조사 꽃’ 조사에 문제가 있다. 신뢰도 높은 여론조사 업체들 상위 5~10개 정도와는 구분될 정도로 민주당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비명 학살을 해도 좀 괜찮네’ ‘아직 좀 더해도 되겠네’ 하는 오판의 근거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의 리더십, 개딸(개혁의 딸) 팬덤, 뉴스공장 및 여론조사 꽃 등이 상호 오판을 돕는 작업을 하면서 참패로 연결될 확률이 높아졌다. 민주당 진영이 훨씬 더 팬덤 정치에 취약하다. 2월5일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전 정부 책임론’을 제기한 이후 지금까지 민주당이 박수받을 만한 일을 한 기억이 없다. 한 비대위원장은 실점이 거의 없고, 이 대표는 득점이 거의 없다.
조국혁신당이 비례대표에서 약진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문과 호남 성향 일부가 조국신당에 합류했다. 교차투표층이 10~15% 정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가 있다. 민주당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후보 12번 안에 민주당 후보는 3명밖에 없다. 4, 8, 12번이 민주당 후보다. 나머지는 진보당, 새진보연합 등이 차지한다. 민주당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4표 찍는다고 가정하면 1표만 민주당 후보로 연결되는 셈이다. 쉽게 말하면 남 도와주는 것이다. 반면 조국혁신당은 4표 찍으면 4표가 다 조국혁신당으로 간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민주당보다 훨씬 높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더불어민주연합 선택을 보이콧하는 있는 셈이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거부 반응이 크지 않은 민주당 지지자들은 더 이탈할 것이다. 지지율 역전 가능성도 있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무엇을 해야 할까.
마지막 카드는 유권자들의 정당한 불만, 항의에 답을 하는 것이다. 비상조치를 써야 한다. 이 대표를 포함해서 이번 공천에 책임 있는 조정식 사무총장, 안규백 공관위원장, 정성호 의원 등이 불출마해야 한다. ‘비명횡사, 친명 횡재’ 공천에 대해서 책임 있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이라도 불출마,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
이 대표는 "공천 혁명"이라고 하는데 현실성이 없는 것 아닌가.
그렇게 해야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 누가 제게 비대위원장이라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으면 이 대표의 공천을 철회할 것이다. 이번 사태에 책임이 큰 두세 명의 공천을 철회하고 대국민 사과를 할 것이다. 그래야 중도 유권자들의 화가 풀린다. 유권자들의 정당한 불만, 항의에 응답해주는 게 정치의 기본이다. 그런데 응답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변수가 있다면.
‘말실수’나 북한 변수가 있을 수 있다. 말실수는 정도에 따라 다르고, 리더 대응에 따라 다르다. 북한 변수는 여당에 나쁘지 않을 것이다. ‘김건희 변수’를 생각해 볼 수 있으나 확률은 극히 낮다. 해외 출국도 안 할 정도인데….
소종섭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