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실 쪼그라들어
"직보할 수 있는 참모진 없어"
"앗 제가 잘못 본 거 아닌가요? 3·1절 문구에 일본군대 '자위대'라니…."
지난 1일 제105주년 3·1절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기념식 행사를 시청하던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MZ 사이 유행하는 '세로드립'으로 윤 대통령 뒤 행사 문구를 읽으면 '자위대'가 되기 때문이다. 세로드립은 가로쓰기로 적은 줄글의 첫 글자를 세로로 읽을 때 새로운 의미가 생기는 일종의 암호문이다.
이날의 세로드립 해프닝은 3·1절 당대 복장을 한 뮤지컬 배우들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는 색다른 뮤지컬 퍼포먼스로 감동했던 MZ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20대 김지현 씨는 "뮤지컬배우를 통해 기미독립선언서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니 결연해져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했다"면서 "그런데 자위대 글씨는 반전"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문구 논란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점차 확산했다. 대통령실은 "문구 담당은 행정안전부"라며 별도의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이번 해프닝은 대통령실의 MZ 소통 부족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7월 MZ홍보 강화를 위해 뉴미디어비서관실에 MZ 공무원 수혈에 나섰다. 당시 뉴미디어실 전원이 '2030'으로 채워지면서 대통령실에서 유일하게 구성원 모두가 30대 이하 MZ인 조직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현재는 어떨까. 뉴미디어비서관은 2022년 10월 이후 17개월째 공석이다. 전체 인원은 5명으로 지난해보다 쪼그라들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MZ 접점을 늘리기 위해 인스타그램 사진도 늘리고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다만 부대변인도 없는 상황에서 뉴미디어비서관 선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최근 예능프로그램인 SNL(SNL 코리아 시즌5) 등에서 윤 대통령 풍자 영상이 MZ 사이에서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통령실에서 MZ 문화를 이해하고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고위 참모진은 많지 않다"면서 "윤 대통령이 최근 민생토론회에서 '카르텔 없는 청년은 국정 운영 동반자'라고 재차 강조했지만, 참모진의 디테일은 대통령의 구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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