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글 올려
시민단체 “어처구니 없는 주장"
홍준표 대구시장이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이름 붙이고 그 앞에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등은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5일 대구시 등의 입장을 종합하면 홍 시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구를 대표하는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사업을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글에서 "달빛철도 축하 행사차 광주를 가보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 흔적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데 대구에 돌아오니 박 전 대통령의 업적 흔적이 보이지 않아 유감스러웠다"고 썼다.
이어 "지금은 이름이 없는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부르고, 거기에 동상도 세우면 어떨지 생각했다"면서 "대구·광주가 달빛동맹으로 힘을 합치고 있는 만큼 대구와 광주를 대표하는 두 정치 거목의 역사적 화해도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 사업은 시장 당선 이래로 쭉 생각했던 일"이라며 "일부 시민단체가 시민 성금으로 동상 세우기를 하는 것과는 전혀 무관하고 그들과 같이 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의 성금으로 만들자고 하는 것도 난센스"라며 "시민 세금으로 조성하는 게 옳다. 대구시 예산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시민 성금이나 똑같다"고 설명했다.
홍 시장은 "시민 대표성을 지니는 대구시의회와 광장 이름, 동상 규모 등을 논의한 뒤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시민 단체 "말도 안 되는 논란거리, 홍 시장 저의 궁금"
시민 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는 5일 성명서를 내고 "홍 시장의 박정희 동상 건립과 박정희 광장 추진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대구시가 박정희의 도시인가. 박정희 독재정권 시기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탄압은 여전히 피해자와 몸과 정신 속에서, 피해자의 가족들의 삶 속에서 계속되고 있다"며 "수많은 고문 조작 사건의 경우 많은 피해자가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군다나 홍준표 시장 스스로가 박정희 정권의 역사적 과오가 있음을 몇 차례나 인정했다"며 "또한 경제 개발의 공은 박 전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나라를 위해 노동에 힘쓴 이 땅의 노동자들에게 있다"고 반박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는 "말도 안 되는 논란거리를 만드는 홍 시장의 저의가 궁금하다"며 "만일 총선에 개입하고 싶은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대구시장을 사직하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도 지난 4일 논평에서 “하필이면 왜 이 시기에 동대구역 광장이 박정희 광장이 되어야 하는가“라며 “명칭을 바꾸고 동상을 세운다면 두고두고 흉물 논란에 비웃음거리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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