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00만명 조사자료 분석
"심혈관 사망 위험· 불안 등 50%↑"
햄, 소시지,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 등 이른바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UPF)'의 섭취가 심장병과 당뇨, 제2형 당뇨병 발병과 조기 사망 등 32가지 건강 매개 변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더타임스 등 외신은 최근 호주 연구진이 영국 의학저널(BMJ)에 게재한 이러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초가공 식품에 대한 노출과 사망률, 암, 정신·호흡기·심혈관·위장 질환 등 32개의 건강 매개 변수 간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초가공식품이란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주로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가공과 변형이 많이 된 음식을 말한다. 초가공식품에는 방부제, 색소, 감미료, 유화제 등의 식품 첨가물이 들어있다. 햄과 소시지, 라면,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과자, 즉석식품 등이 대표적인 초가공식품이다. 이번 연구는 세계 약 1000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지난 3년 동안 선행 연구자료들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연구에는 미국 존스 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 호주 시드니대, 프랑스 소르본 등 세계 유수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전반적으로 초가공식품에 많이 노출될수록 유해한 건강상 질병이 일관되게 증가했다.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많을수록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은 약 50%, 불안과 일반적인 정신 장애 위험은 48~53%, 제2형 당뇨병 위험은 12% 각각 높게 나타났다. 또 가공식품 섭취량이 많을수록 어떤 질환에 의해서든 사망 위험이 21% 높았다.
전문가들은 초가공식품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유에 대해 신체에 전신 염증을 일으키고, 우울과 불안에 영향을 미치는 인체 내 미생물 생태계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연구진은 "초가공식품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건강상 부정적인 결과, 특히 심혈관 대사와 일반적 정신 장애·사망률 결과와 관련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인류의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초가공식품에 대한 노출 정도를 줄여 인구 기반 및 공중보건 조치를 개발하고 평가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가 지닌 한계도 있다. 초가공식품 섭취뿐 아니라 측정되지 않은 다른 요인과 변수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초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은 건강에 좋지 않은 생활 습관을 지니고 있는데, 그러한 변수는 이번 연구에서 고려되지 않았다.
'초가공식품'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안한 브라질의 영양학자 카를루스 몬테이로는 이번 연구에 대해 "초가공식품은 화학적으로 조작된 값싼 재료이며 맛과 색소, 유화제, 점도증가제 및 기타 첨가물의 조합"이라며 "이처럼 만들어진 제품에 대해 인간이 완전히 적응할 수 있다고 믿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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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 외에도 초가공식품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독립 연구 결과들이 속속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초가공식품도 술·담배 수준의 중독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며, 초가공식품 포장에 경고 라벨을 부착하거나 광고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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