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포 협박해 금전 요구 빈번
온라인상 주민등록번호·연락처 판매
집·차·비행기까지 쫓아와
‘밤길 조심해라.’ 얼굴을 가해하겠다는 살벌한 협박 문자가 왔다. 최근 기사가 극우 성향 커뮤니티에 노출된 일이 떠올랐다.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을까’ 공포가 엄습했다. 배우들은 어떨까. 지난해 개봉한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영화배우 A씨는 “안타깝게도 내겐 일상적인 일”이라고 했다.
"입금 안 되면 전화번호 공개합니다"
연예인들을 향한 전화번호, 집 주소 등 개인정보 유포 협박이 빈번해졌다. 과거 휴대전화, 클라우드 등을 해킹해 확보한 사진, 동영상, 음성파일을 빌미로 협박하는 사건들이 이따금 발생했지만 요즘엔 개인정보 공개를 내세워 금전을 요구한다. 공인에게 개인정보 노출은 치명적이다.
배우 A씨는 최근 개인정보를 빌미로 금전을 요구하는 이상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황당해서 알아보니 주위에 비슷한 연락을 받은 배우들이 꽤 있었다고 했다. 그는 “상대를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런 일을 당해도 뾰족하게 대응할 방법이 없는 데다 얼굴이 알려져서 더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호소했다. 영화·드라마 주연 배우 B씨는 연예계에 퍼지고 있는 개인정보 유포 협박 문자 피해자가 될까봐 모르는 사람과는 연락하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그는 “혹시 몰라 온라인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변경하고 스마트폰도 자주 바꾼다. 개인 자동차에는 가족같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외 웬만하면 다른 사람을 태우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가수 겸 뮤지컬배우 이지훈과 아내 아야네 부부는 협박당한 사실을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아야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협박범과의 대화 메시지 내용은 이렇다.
일부 흥신소들은 연예인들의 개인정보를 알아내 불법 판매하기도 한다. 올해 1월 남성 가수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설치했던 흥신소 운영자(48)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수 의뢰인에게 연예인 개인정보를 넘긴 혐의다. 이를 의뢰한 30대 여성 팬도 위치정보보호법 위반 교사 등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온라인상에서 연예인의 전화번호, 주소 개인정보가 불과 10위안(1850원)에 팔린다. 중국 배우 왕이보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항공편을 예약하고 거짓 일정을 퍼뜨린 악성 팬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연예인 온라인 정보 규범 강화 규정’도 만들었다.
‘딩동!’ 집 찾아오고, 자가용 쫓고
연예인 개인정보 유출은 스토킹 범죄로 확산할 수 있다. 가수 비(정지훈)와 배우 김태희 부부를 지속해서 스토킹한 40대 여성 C씨는 지난 1월 재판에서 징역 6개월,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받았다. C씨는 2021, 2022년 지속적으로 부부의 주거지를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거나 미용실 등을 따라다닌 혐의를 받는다.
에이핑크 출신 가수 겸 배우 정은지도 꽤 오래 스토킹으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이용제 판사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 D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벌금 10만 원과 보호관찰, 사회봉사 120시간, 스토킹 범죄 재범 예방 강의 40시간 수강도 명령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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