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추진해온 중국 패스트패션기업 쉬인이 런던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해 당국의 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블룸버그통신은 27일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중국 패션기업 쉬인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자사의 기업공개(IPO)를 승인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런던 상장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은 "여전히 미국 상장을 가장 선호하고 있고, 런던 상장 검토는 초기 단계"라며 "런던 외에 홍콩, 싱가포르 등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판 유니클로’로 불려온 쉬인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SNS 트렌드에 민감한 고객들을 겨냥해 매일 6000여개의 아이템을 경쟁사 대비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면서 급격히 성장했다. 지난해 11월 미 당국에 IPO를 신청하면서 올해 주요 IPO 매물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미·중 관계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미 의회에서 공산당과의 연계 가능성 등이 거론되면서 뉴욕증시 데뷔가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쏟아졌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SEC에 쉬인의 상장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미 정치권에서는 쉬인이 초저가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 신장 위구르에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목화 등을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 중이다.
쉬인은 당초 뉴욕증시 상장을 통해 800억~900억달러 기업가치가 기대했으나 지난해 말 비공개거래에서 기업가치는 이보다 훨씬 낮은 500억달러 수준에 그쳤다. 통신은 쉬인이 런던이나 다른 지역에서 상장을 추진할 경우 중국 규제당국에 새로운 해외 상장 신청서를 신청해야 한다면서 이로 인해 IPO가 늦어질 수 있음도 시사했다.
다만 런던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한때 최대 시장으로 꼽혔던 영국 금융시장은 지난해 IPO 자금조달 규모가 수십년만에 최저 수준인 10억달러 상당에 그치며 최악의 해를 보냈다. 영국은 미국 등으로의 기업 이탈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반도체 설계기업 ARM은 정부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런던 대신 뉴욕에서 상장에 나섰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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