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조해진 VS 민주 김정호 대결
조 의원, 예비후보들 반발이 변수
"뽑을 사람 하나 없다 아입니까!" 지난 21일 경남 김해 외동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다가 쉬던 김모씨(77·여)는 정치에 대한 질문을 받자 얼굴이 굳으며 목소리가 커졌다. 오는 4월 총선이 되면 누구든 뽑겠지만 어차피 '그놈이 그놈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외동전통시장이 있는 김해 내외동에서만 20년을 살았지만, 이번만큼 선거하기 싫을 때가 없다고 지적했다. "항상 뽑아서 국회 보내면 쌈박질만 하고 와 그라는교? 투표하러 갈 거긴 한데 누굴 뽑을지 아직 모르겠으니 더 묻지 마소!"
외동전통시장이 있는 김해 내외동은 김해을 지역구의 '민심 바로미터'로 불린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승리할 때 전체 득표율과 내외동 득표율은 각각 62.38%, 61.86%였다. 21대 총선에서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득표율 역시 전체와 내외동 득표율이 각각 49.67%, 49.12%로 별 차이가 없었다.
외동전통시장 사람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수산물을 파는 이갑중씨(70·남)는 지금까지 야당이 발목 잡아서 윤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국정을 펼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국회의원들은 지 밥그릇만 챙기잖아요. 그걸 윤 대통령이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인기라. 좀 더 지켜봐도 좋지 않나, 그리 생각합니다."
반면 어묵집을 운영하는 허성대씨(53·남)는 '누굴 뽑겠냐'는 질문에 "묵고 살기 힘들어 죽겠심니더"라며 고개부터 저었다. "지금 물가 오르는 것 보이지 않습니까. 윤 대통령의 정책 중에 정말 소상공인을 위한 게 있었는지 모르겠심니더. 심판해야 합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해을 지역구는 전통적으로 영남권 중에서도 진보 진영이 강세를 보여온 곳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20대 총선에서 62.38%를 얻어 씨름선수 출신 이만기 후보(34.4%)를 크게 제쳤다. 2018년 재보궐선거에서도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종길 전 경남도의원(27.56%)을 상대로 63.01%를 득표해 역시 크게 이겼다. 단, 21대 총선에서는 김 의원이 49.67%로 41.61%를 득표한 장기표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를 꺾었으나 표차가 많이 줄었다.
이런가운데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 밀양·의령·함안·창녕에서만 3선을 한 조해진 의원을 김해을에 우선공천했다. '낙동강 벨트'를 더이상 진보 진영에 뺏길 수 없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하지만 김해 지역 당원들은 그동안 일궈온 텃밭을 그냥 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김성우·김진일·박진관·서종길·이상률 등 김해을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은 경선을 치르지 않는다면 후보 단일화 후 무소속 출마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머리가 무겁습니다." 21일 김해을 현장에서 만난 조 의원은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빠졌다. 그는 당원 간 갈등을 해결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제가 두 지역 모두 채무를 가지고 있어요. 길게는 20년 동안 헌신해준 밀양·의령·함안·창녕 분들에게 빚이 있고요, 이제는 김해을 지역주민들에게 빚쟁이가 되려 합니다." 다만 예비후보들이 요구하는 경선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당에서 결정한 사항이라 바꿀 수도 없고, 자신에게 바꿀 힘도 없다는 설명이다.
보수 진영에 불리한 지역인 만큼 겸허한 자세로 선거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기본적으로 김해을 지역은 보수 진영에 척박하다"면서도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과 당의 지지율 흐름이 좋아지고 있어 선거를 치를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진보 진영에 대한 이 지역 사람들의 실망감이 있을 것"이라며 "변화에 대한 기대가 이번 총선에서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 현역인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만만하면서도 낮은 자세로 시민들에 다가가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선거에 왕도가 있겠습니까? 시민 눈높이에서 약속을 지켜야죠"라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단수공천을 받은 그는 이달 초부터 지역주민을 상대로 출퇴근인사를 하고 있다. 김 의원은 "부울경 메가시티, 동북아 물류 플랫폼을 통해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하고 구도심과 신도심 간 분절 문제를 위해 트램(도시철도) 설치까지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조 의원이 김해을로 온 것에 대한 지역주민들은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중앙당의 공학적인 사고로는 지역 유권자의 마음을 가져올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윤 정권은 출범 2년도 안 돼 경제, 외교, 민주주의 등 분야에서 이전 정권보다 뒷걸음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번 선거는 윤 정권의 실정과 무능을 심판하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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