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납입일 5번 변경…합병도 지지부진
대규모 손실 누적에 주가도 ‘털썩’
코스닥 상장사 에이치앤비디자인의 유상증자와 자회사 합병 건이 계속 지연되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치앤비디자인은 지난해 11월29일 5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 발행가액은 기준 주가보다 10% 할인된 주당 1772원이다. 증자 대상자는 ‘에이젯에셋글로벌’이다.
에이젯에셋글로벌은 현재 에이치앤비디자인의 주식 167만3640주(13.19%)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멘델스리미티드투자조합’의 최다 출자자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에이젯에셋글로벌(50.02%), 셀루메드 (23.71%), 엑서지21(23.71%) 등이 이 조합의 출자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가 납입되면 에이젯에셋글로벌은 282만1670주를 추가로 확보해 에이치앤비디자인의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유증 납입일이 다섯 번이나 미뤄지면서 자금 조달 성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에이치앤비디자인이 일부 주주들로부터 피소를 당하는 등 논란이 일자 주가가 하락하면서 유증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에이치앤비디자인의 주가는 유증 발행가 부근인 1770원대까지 떨어졌다.
유증과 함께 자회사 합병도 계속 지연되고 있다. 에이치앤비디자인은 지난해 11월29일 증자 공시와 함께 자회사 대한종건과의 합병을 발표했다. 에이치앤비디자인은 2022년 8월 대한종건 지분 100%를 200억원에 인수했다. 대한종건은 주택, 플랜트 등을 건설하는 회사다. 에이치앤비디자인 측은 대한종건 합병으로 외형 성장과 이익 창출을 도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초 합병 계획상 대한종건은 지난 8일까지 합병을 완료했어야 한다. 하지만 일정이 세 차례나 변경됐고 현재 합병기일은 오는 3월8일로 미뤄진 상태다. 회사 측은 채권자의 이의 신청 관련 절차를 지키지 못해 합병이 미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유증과 합병 등이 계속 지연되면서 에이치앤비디자인은 불안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별도 기준 에이치앤비디자인의 누적 영업손실은 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가량 확대됐다. 당기순손실은 129억원으로 248% 이상 급증했다.
적자가 확대된 원인은 기타비용과 금융비용 증가 때문이다. 에이치앤비디자인은 종속기업인 아리바이오에이치앤비와 포에버엔케이 등의 손상차손으로만 28억원가량을 반영했다. 이를 포함한 대손상각비와 종속기업투자주식 처분손실이 70억원에 달했다. 또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으로 이자비용도 39억원가량 늘었다. 전년 대비 227%가량 증가한 셈이다.
한편 에이치앤비디자인은 지난 20일 주식 발행 및 상장금지 가처분 소송이 취하됐다고 공시했다. 다만 과거에도 소를 취하한 후 다시 제기한 사례가 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시장 중론이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