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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토피아]'그린허싱', ESG에 대한 역풍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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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감축 약속 거부 기업 3배↑
지나친 압박이 기업활동 위축

[에너지토피아]'그린허싱', ESG에 대한 역풍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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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컨설팅기업인 언스트앤드영(EY)은 지난해 11월 기업의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 520명을 인터뷰한 ‘2023 지속 가능 가치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설문 대상자의 34%만이 향후 탄소 감축에 더 많은 지출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년도 61%에서 크게 감소한 수치였다. 기후변화를 위해 취한 조치의 숫자는 1년 새 10개에서 4개로 줄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조사 대상 5곳 중 1곳이 탄소 감축 활동에 대한 공개적인 약속을 거부했다는 점이다. 이는 전년도보다 3배 늘어난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역풍이 기업의 ‘그린허싱(greenhushing)’ 전략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린허싱은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과 침묵을 뜻하는 ‘허싱(hushing)’을 결합한 말이다. 기업이 기후변화 활동에 대한 외부 공개를 꺼리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은 2008년 브랜드 전략가인 제리 스티펠맨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허싱이 주목받은 것은 2022년 기후 컨설팅사인 사우스폴이 발간한 넷제로 보고서에 인용되면서부터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67%가 탄소 감축 목표와 계획을 갖고 있으나 23%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린허싱은 탄소 감촉 활동을 부풀리는 그린워싱(greenwashing)과 종종 비교된다. 서로 반대의 말처럼 들리지만 둘은 사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 활동이나 노력을 외부에 적극 알리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허싱은 올해 들어서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인 핌코(PIMCO)는 기후행동100+를 탈퇴한다고 밝혔다. 하루 전에는 JP모건자산운용과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가 탈퇴를 공식화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탈퇴는 하지 않았지만 회원 자격을 자회사인 블랙록인터내셔널로 이전했다.


기후행동100+는 기업들의 탄소 감축 활동을 촉구하기 위한 투자자들의 모임이다. 700여개의 투자사가 가입해 있다. 이들이 운용하는 투자금만 68조달러(약 9경984조원)에 달한다. 한때 기업들은 기후행동100+에 동참하는 것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포스코, SK이노베이션, 한국전력이 가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주요 투자자들이 잇달아 기후행동100+를 떠나는 것을 또 다른 형태의 그린허싱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당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일고 있는 반ESG 활동이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기후행동100+는 기업들이 실제로 탄소 감촉 활동에 나서도록 압박하는 2단계 전략에 돌입했는데 이는 독점 금지 조항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의 흐름은 기업의 탄소 감축 활동이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기후변화 활동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감시의 눈길은 많아지고 있고 규제 강도도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ESG 공시 의무화와 함께 법적 소송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지나친 압박이 오히려 기업의 기후변화 활동을 위축시키는 역풍을 몰고 오는 것은 아닌지 진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강희종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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