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임금협상 '춘투' 본격화
日 최대 노조 '렌고', 5%↑ 요구
중소기업 60%, "방어적 인상"
'춘투'(春鬪)라고 불리는 일본의 봄철 임금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일본 대기업 노동조합이 사측에 기록적인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5일 보도했다.
도요타자동차 노조의 경우 사측에 요구한 임금 인상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기본급 인상과 정기 승급분을 합쳐 1999년 이후 최고 수준의 인상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 노조 관계자는 "일본의 물가 상승률을 상회하는 임금 인상을 지속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혼다 노조도 월 1만3500엔(약 12만원)의 기본급 인상을 요구했다. 이는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제철 노조 연합회는 기본급을 월 3만엔(약 26만원) 올려 달라고 요청했고, JEF스틸 노조 또한 같은 수준의 기본급 인상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이외 중공업, 전기, 철도 업계의 일부 노조들도 지난해보다 많은 기본급 인상을 요구했다.
아사히는 "일본제철의 인상 요구액은 약 5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이처럼 노조들이 강하게 목소리를 내는 배경에는 일본 정부도 중시하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탈피 의지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일본의 꾸준한 총인구 감소에 대응해 인재를 확보하려면 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앞서 일본 재계와 노조는 춘투를 앞두고 공격적인 임금 인상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대기업을 회원사로 둔 재계 단체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의 토쿠라 마사카즈 회장은 1월 노사포럼에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높은 임금 인상으로 물가 상승을 이겨내겠다"며 결의를 표한 바 있다. 게이단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춘계 노사 협상에서 대기업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3.99%였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도 3% 이상의 기본급 인상에 정기 승급분을 더한 5% 이상의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2000년부터 2022년까지 일본 임금 인상률은 1~2%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임금 인상 요구안이 받아들여진다면 30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3.5% 이상 임금 인상을 기록하게 된다.
다만 중소기업 및 지방기업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들 기업은 일본 고용자 수의 70%를 차지함에도 노조가 없어 큰 폭의 임금 인상에 동참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상공회의소는 지난달 설문조사에서 일본 중소기업 약 3000곳 중 61.3%가 4월 이후 임금을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금 인상을 계획 중인 기업 가운데 36.6%는 인상률이 3%를 넘을 것이라고 답했다.
아사히는 "임금 인상을 실시할 예정인 중소기업 비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1% 포인트 늘었다"면서도 "임금 인상 의지를 보인 중소기업 가운데 60% 정도는 노동력 확보를 위한 '방어적 인상'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7∼8월 종업원 100명 이상 기업 190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임금 인상률이 1999년 이후 최고치인 3.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5인 이상 업체의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지난해 12월까지 21개월 연속 하락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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