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스웨덴, 상속세 대신 자본이득세
미국, 높은 공제로 파격 혜택
매년 인플레 반영해 조정
상속세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기업 이탈을 우려하거나 중산층 부담 완화를 위해 상속세를 폐지한 해외 주요국의 사례들이 주목받고 있다.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한 캐나다·스웨덴 사례가 대표적이다. 파격적인 공제제도를 설계해 실효세율을 크게 떨어뜨린 국가들에도 관심이 쏠린다. 171억원까지 공제를 해줘 사실상 중산층의 세부담을 덜어준 미국이나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상속세를 적용하지 않는 벨기에가 일례다.
상속세 없애고 자본이득세 도입한 캐나다와 스웨덴
캐나다에는 상속세가 없다. 캐나다는 1972년 앨버타주가 상속세와 증여세를 폐지한 것을 시작으로 모든 주에서 상속세를 완전히 폐지했다. 물론 상속세를 없앴다고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신에 자본이득세(양도소득세)를 걷고 있다. 캐나다의 자본이득세는 상속 재산의 취득 가격에만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부모가 100달러에 산 주식이 자녀에게 상속할 시점에서 500달러가 됐다면, 상속세는 500달러에 대해서 상속세를 부과하지만 캐나다의 자본이득세는 양도차익인 400달러에 대해서만 과세한다. 그리고 추후 상속인이 주식을 600달러에 처분하게 되면, 그 차익 100달러에 대해 별도의 자본이득세를 부과한다.
스웨덴도 캐나다처럼 상속세 대신 자본이득세를 도입한 대표적인 국가다. 1984년 유명 제약회사 아스트라AB가 당시의 높은 상속세 부담(실효세율 70%)을 감당하지 못하고 영국의 제네카에 회사를 넘기면서 상속세 존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 이후 자본이득세가 도입됐다.
캐나다에 비해 스웨덴의 제도가 좀 더 단순한 편이다. 자녀가 물려받은 자산을 처분할 때까지 세 부담이 미뤄진다. 만약 부모가 100달러에 산 주식이 자녀에게 상속할 시점에 500달러가 됐고, 이를 자녀가 600달러에 처분한 경우를 가정하면 스웨덴은 자녀가 주식을 처분한 가격(600달러)에서 부모가 처음 산 가격(100달러)의 차익인 500달러에 대해 한꺼번에 자본이득세를 매긴다.
상속세 있지만 171억원 공제해 세부담 줄인 미국…가족 기업 상속세 0% 적용하는 벨기에
미국은 상속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높은 공제로 파격적인 혜택을 부여해 사실상 세부담이 거의 없는 상태다. 지난해 기준 1290만달러, 한화로 약 171억원까지 통합공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민이나 거주자라면 171억원까지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공제액은 매년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오른다. 그뿐만 아니다. 2010년 이후 사망한 피상속인의 생존 배우자는 자신의 고유한 세액공제 금액뿐 아니라 피상속인이 미사용한 공제금액까지 선택할 수 있다. 생존 배우자에 대한 상속공제는 금액 제한 없이 모두 허용된다.
벨기에는 가족기업이나 회사의 상속에 대해 특별한 세제혜택을 준다. 각 지역에 따라 인적 공제는 차이가 있는데 왈룬 지역에서 가족기업은 특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상속세를 모두 0%로 적용한다. 피상속인의 사망 이후 3년간 기업이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기업의 지분이 유지되고 있을 것 등 조건을 만족시키는 경우에 한해서다. 보다 파격적인 세제를 유지하는 나라도 있다. 칠레는 지난해 1월부터 개인이 상속으로 취득한 첫 번째 집은 상속세를 면제해 준다.
강성훈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그동안 공제제도는 물론, 과세체계도 오랫동안 바뀌지 않았다"며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공제액 등을 조정하는 미국 등 여러 사례 등을 참고해 과세체계의 불합리성을 총체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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