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한 국내 현안 고려된 듯
의대 정원확대에 의료계 반발
김건희 여사 논란도 진행 중
순방 대신 국내 민생 행보에 집중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주 출국을 목표로 준비했던 독일·덴마크 순방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의료계 반발 등 총선을 50여일 앞두고 해결해야 하는 현안이 산적한 데다 순방으로 자칫 민생행보 흐름도 끊어질 것을 우려한 판단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여러 요인을 검토하고 독일과 덴마크 측에 양해를 구해 순방을 순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 후 지난해 12월까지 총 16차례 해외를 방문했으나,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순방을 연기한 요인에 대해 명확한 설명은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전직 대통령의 순방 취소 및 연기 사례가 없지는 않다. 과거 전두환(아웅산 묘소 테러)·노태우(히로히토 당시 일왕 건강 악화)·김대중(9·11테러) 전 대통령은 해외 사정에 의해 순방을 취소한 바 있다. 노태우(KBS 노조 파업)·김영삼(IMF 외환위기)·이명박(천안함 폭침 관련 후속조치)·박근혜(메르스)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국내 일정으로 순방을 축소·연기했다.
국내에 시급한 현안이 쌓인 가운데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해외 순방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국정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달 초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대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이날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7일 의대 증원에 대한 향후 투쟁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사회를 비롯해 강원, 전북, 제주 등 지역 의사회도 오는 15일 궐기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에 대통령실과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면허취소 검토 등 초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순방에 나서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해석된다.
김 여사와 관련된 논란도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KBS와의 신년 대담에서 "선거를 앞둔 시점에 1년 지나서 터뜨린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라고 봐야 한다"며 "그러나 정치공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 이런 일 발생 안 하게 분명하게 선을 그어서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지만, 야권에서는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분 입장에서 이것(명품백 의혹)이 뇌물수수인지 아닌지 판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가 받은 것으로 알려진 명품백에 대한 정보공개 요청을 대통령실이 비공개 결정한 데 대해 법적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간 진행돼오던 민생토론회 등 국내 민생 행보 흐름이 약화될 가능성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해외 순방에 한 번 나서면 일주일 가량 시간을 써야 하기 때문에 민생토론회 주재 등 시급한 민생 현안을 직접 챙기기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11차례 개최된 민생토론회 중 10회를 주재하고 민생경제·주택·금융·교통·규제개혁·중소기업·디지털·늘봄학교·지방시대 등 내용을 다뤄왔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다음 주에도 민생 관련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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