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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후에 유모차 끌고 다니는 아빠들"…출산율 오른 비결[K인구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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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스웨덴 1위 기업 아트라스콥코
맞벌이 아빠도 자녀 등하원 직접 챙겨
"남성도 육아휴직 3번 가능"

편집자주대한민국 인구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기업에 있다. 남녀 구분 없이 일로 평가하는 기업 내 분위기와 가정 친화적인 문화가 곧 K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이기 때문이다. 저출산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지만, 적어도 일터에서의 부담감이 걸림돌이 돼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경제는 가족친화 정책을 선도하는 기업을 찾아가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지점을 짚고,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못하는 기업과는 다각도에서 함께 방법을 찾아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부터 변하도록 독려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분석한다. 금전적 지원보다 심리적 부채감을 줄여주는 회사의 문화와 분위기가 핵심이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다양한 측면에서의 대안을 제시한다.
"평일 오후에 유모차 끌고 다니는 아빠들"…출산율 오른 비결[K인구전략] 북유럽 국가에서는 평일 오후 시간대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아빠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한 손에는 유모차를 끌며 거리를 활보하는 '라떼파파'들은 육아휴직 후에도 유연근무제도를 통해 육아에 적극 참여한다. 사진=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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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매니저(상사)는 저에게 시간을 정확히 지켜 출퇴근하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스웨덴 스톡홀름 아트라스콥코그룹 IT부서에서 근무하는 야콥 보리예슨씨(35·남)는 13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매니저가) 유연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항상 배려해주고 저도 그에 맞춰 조금 늦게 출근하면 조금 늦게 퇴근하는 식"이라면서 "아이가 아플 때는 재택근무도 병행한다"고 말했다.


스웨덴 시가 총액 1위기업 아트라스콥코는 산업용 장비를 판매하는 회사로 1873년 설립됐다. 전 세계 직원 규모는 2022년 기준 4만9000명이다. 보리예슨씨는 직장 생활 동안 총 3번의 육아휴직을 썼다. 아트라스콥코를 다니면서는 4년 전 둘째가, 2년 전 셋째가 태어나 10개월, 8개월씩 총 두 번의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그는 "아트라스콥코에서 육아휴직 경험이 있는 남녀 직원을 찾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면서 "아트라스콥코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스웨덴 기업에서는 남성이 육아휴직을 쓴다"고 전했다.


1974년 세계에서 최초로 ‘아빠 육아휴직’을 도입한 스웨덴은 현재 자녀 1명당 육아휴직을 최대 480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 중 90일은 아빠 육아휴직 할당으로 남성의 사용을 의무화했다. 2002년 60일, 2016년 90일로 늘어났다. 남성 가사 분담률을 높이고 여성 경제 활동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높아짐에 따라 여성의 직장 내 입지가 약해지고 은퇴 이후 연금 소득이 남성보다 적어지는 현상이 발생하자 정부가 나서서 남성 육아휴직 의무를 더 확대한 것이다. 2021년에 태어난 모든 아동의 부모 약 87%가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스웨덴은 육아휴직 소득대체율도 높은 편이다. 육아휴직 기간인 195일 동안 소득의 80%가 보전된다. 이에 더해 각 기업에서 이뤄지는 단체협약 등을 통해 추가로 임금을 보전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득대체율은 사실상 90%에 이른다. 한국은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이 40%대에 불과하다. 아이가 있을 경우 시간제로 근무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보장받으며 근무하지 않는 시간에 대해선 육아휴직 제도에 기반해 수당을 받을 수 있다.

"평일 오후에 유모차 끌고 다니는 아빠들"…출산율 오른 비결[K인구전략]

아빠 육아휴직 할당제 등에 힘입어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은 2010년 1.98명으로 올랐고 최근까지도 1.5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하는 여성도 크게 늘었다. 스웨덴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률은 80.8%로 유럽 국가 중 가장 높다. 스웨덴은 부모가 육아 문제 걱정 없이 일에 집중하도록 3세 미만 아동의 보육 시설 확충에도 많은 비용을 투자했다.


보리예슨씨 역시 맞벌이 아내와 함께 세 아이의 보육을 절반씩 전담한다. "아내와 거의 같은 시간대에 일하기 때문에 서로 번갈아 가며 아이를 유치원에 맡기고 데려오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내와 저의 업무 시간은 학기제처럼 바뀌어서 매번 조금씩 다릅니다. 제가 세 아이를 등원시키고 오전 9시에 출근하면 오후 3시 하원은 아내가 퇴근하면서 담당합니다. 그 반대인 날도 있고요."


보리예슨씨는 "제가 오전 8시에 아이들을 등원시킨다면 오전 9시에 출근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하원은 아내가 맡게 된다. 아내는 오전 7시에 출근한 뒤 오후 3시에 퇴근하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간다"면서 "아내가 채우지 못한 1시간은 재택근무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은 항상 엄마 혹은 아빠랑 같이 있게 돼서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어 더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평일 오후에 유모차 끌고 다니는 아빠들"…출산율 오른 비결[K인구전략] 북유럽 국가에서는 남성 육아휴직은 당연한 일이다. 대부분 의무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1991년 아버지가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30일 사용하도록 했다. 덴마크도 최근 11주 아버지 의무 휴가제를 도입했다. 코펜하겐의 한 거리에서 유모차를 끌고 가고 있는 한 아버지의 모습. 사진=이현주 기자

보리예슨씨는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전에도 업무상 부담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채용한 대체근무자 덕분이었다. 그는 "해당 직원은 풀타임 계약직이었으며 인수인계 기간 역시 계약 기간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그 직원은 대학을 갓 졸업해 25살 정도 됐는데, 육아휴직을 가기 전 4주에 걸쳐 해야 할 일을 알려줄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며 "주니어가 해결하기 힘든 어려운 일이 있을 때에는 제 팀의 더 숙련된 팀원들이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느 정도 고차원적인 업무는 팀원들이 조금씩 나눠서 도와줘 공백 없이 일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보리예슨씨는 "직원이 책임감을 가지고 정해진 근무 시간인 8시간은 지켜 일한다는 것이 전제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만큼 업무를 할 때는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근무한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일을 하고 있고, 해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아트라스콥코는 (유연근무에 대해) 이해받고 이해해주는 문화를 가졌기에 전체적으로 회사의 문화로 정착이 된 것 같다"면서 "앞으로 이런 문화가 많이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30년대 최저출산율 스웨덴, 국가적 차원 논의 잇달아

‘스웨덴을 포함해 육아휴직 제도가 관대한 국가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우울증과 번아웃 위험이 적다.’ 스톡홀름대학 공중보건과학부 연구진이 지난해 육아휴직 연장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다. 다른 연구에서도 육아휴직을 사용한 스웨덴 아버지들은 알코올 남용 등 위험 행동이 적었고, 육아휴직을 더 많이 사용한 이민자 아버지들은 정신과 입원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은 일·가정 양립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가족친화정책을 복지를 넘어선 투자로 본다. 이를 위해 국가적 차원의 노력도 꾸준히 진행했다. 각각 노벨평화상(1982)과 노벨경제학상(1973)을 받은 스웨덴 사회학자 알바 뮈르달과 정치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 부부가 1934년 펴낸 ‘인구위기’에 따르면 스웨덴도 지금의 한국처럼 산업화에 따른 사회 변화로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했다. 이때부터 스웨덴은 남성의 육아 참여와 여성의 경제 활동을 확산시키는 방식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각종 지원책을 정부와 정당은 물론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평일 오후에 유모차 끌고 다니는 아빠들"…출산율 오른 비결[K인구전략]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 중 하나인 덴마크에서는 육아를 위해 유모차와 이를 연동 시켜 만든 장치를 이용하는 아버지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유모차 안에는 아이들이 타고 있다. 사진= 이현주 기자

그 결과 스웨덴은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사회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높은 고용률, 낮은 성별임금격차, 출산율 제고 등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식의 복지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합의에 이르렀다. 스웨덴은 현재 매년 국가 재정의 25%에 해당하는 2600억크로나(약 31조원)를 복지 정책에 투입한다.


스웨덴의 사례를 한국 현실에 맞추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이 가능하도록 정치권에서도 국가 차원의 제도적 마련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연혁 린넨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이고, 이 이슈를 들고나와 타협할 정당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적 동의를 바탕으로 한 합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해당 이슈들이 정쟁의 도구로만 소모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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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다만 국내 저출산 문제 해결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국내 정치 상황에서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실효성 있는) 법안 통과는 되지 않고 논쟁거리로만 전락하고 있다"면서 "표로 연결이 되지 않으면 무시되는 식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결여된 방식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K인구전략-양성평등이 답이다'
김유리·이현주·정현진·부애리·공병선·박준이·송승섭 기자
김필수 경제금융에디터
"평일 오후에 유모차 끌고 다니는 아빠들"…출산율 오른 비결[K인구전략]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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