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구인건수 903만건…3개월 만 최대
자발적 퇴사자는 감소
다음달 2일 비농업 신규고용 발표 주목
지난달 미국 기업의 구인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하루 앞두고 고용시장이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시장 일각에서 기대하는 오는 3월 금리 인하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자발적 퇴사자가 급감해 고용시장 둔화 신호도 함께 감지됐다. 다음달 2일 공개되는 미 노동부의 1월 고용보고서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기업의 구인 건수는 902만6000건으로 나타나 전월 대비 10만1000건 증가했다. 이는 3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자 시장 전망치인 875만건을 상회하는 수치다. 지난해 11월 구인 건수는 종전 879만건에서 892만5000건으로 수정됐다.
업종별로 보면 전문직·기업 서비스 부문에서 구인 건수가 23만9000건 증가했다. 제조·소매·보건·사회복지·금융업 분야에서도 눈에 띄게 늘었다. 반면 숙박·음식업은 12만1000건, 도매업은 8만3000건 구인 건수가 줄었다.
미국 기업의 구인 건수는 고용시장 수요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다. 2022년 3월 1200만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세를 보여 왔으나 지난달 다시 소폭 증가해 여전히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 건수는 초과수요로 인한 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어 Fed도 이 지표를 눈여겨본다. 다만 미 노동부가 발표하는 고용보고서보다는 중요도가 떨어진다.
지난달 구인 건수 증가로 시장에서는 오는 3월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에는 고용시장이 여전히 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3월에도 현재 5.25~5.5% 수준인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60% 넘게 반영하고 있다. 전날에는 52%대였지만 하루 만에 동결 가능성이 올라갔다.
다만 이날 발표된 JOLTS 보고서에서 고용시장 둔화 신호도 감지됐다. 지난달 구인 건수는 증가했으나 자발적 퇴사자가 크게 감소했다. 기업의 구인과는 별개로 실제 고용시장에서 근로자들이 느끼는 심리는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자발적 퇴사는 지난해 12월 340만건으로 2021년 1월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4446만3000건으로 1년 전(5059만6000건) 대비 12% 줄었다. 지난달 계절 조정 퇴직률은 2.2%로 전년 동기 대비 0.4%포인트 하락했다. 근로자들 사이에서 다른 일자리를 구하거나 급여가 더 높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이체방크의 선임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브렛 라이언은 "표면적으로는 상황이 매우 좋고 견고해 보이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노동시장을 주도하는 업종은 줄어들고 있고, 점진적으로 둔화 조짐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스튜어트 폴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근로자들은 더 높은 급여를 주는 새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고 퇴직률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낮다"며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임금발 인플레이션 압력은 점차 소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노동부가 다음달 2일 발표하는 1월 고용보고서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지게 됐다. 실업률과 함께 공개되는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은 미 고용 상황을 보다 명확히 드러내, 향후 Fed의 금리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전망이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팩트세트는 1월 신규고용이 17만명으로 지난해 12월(21만6000명) 수준을 밑돌 것으로 봤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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