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정부, 최근 'CCUS 비전' 발표
CO2 3000만톤 저장·5000개 일자리
엑손모빌은 저탄소 기술 26조 투자
한국도 동해가스전 활용 사업 구상
탄소배출 불가피한 산업에 효율적
일부선 '석유 생명 연장' 비판도
50년도 더된 기술이지만 최근 주목
탄소 감축 필수 기술 국제적 인정추세
지난달 20일 영국 정부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에 2030년까지 200억파운드(약 33조6170억원)를 투자해 매년 2000만~3000만t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CCUS 비전’을 야심차게 발표했다.
이 같은 계획은 같은 달 열렸던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회원국들이 CCUS 기술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한 직후 나온 것이다. 글로벌 석유 기업인 엑손 모빌은 지난달 네덜란드 퓨얼셀에너지와 이산화탄소 포집 파일럿 공장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이 회사는 CCUS와 같은 저탄소 기술에 2027년까지 200억달러(약 26조36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하기 위해선 CCUS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관련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9일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CCUS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정부는 최근 ‘동해가스전 활용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실증 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 사업이 최종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CCS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가교’
CCUS는 발전소나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거나 활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크게 탄소 포집·저장(CCS)과 탄소 포집·활용(CCU)의 2가지로 나뉜다. CCS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압축, 액화한 후에 심부 염수층(염분을 포함하고 있는 깊은 바닷속 지층 구조)이나 고갈된 유전·가스전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CCU는 이산화탄소를 특별한 처리 없이 그대로 이용하거나 탄소화합물 등 제품으로 재생산하는 방법이다.
CCUS는 사후적 탄소 감축 방법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기술들과 다르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을 아예 ‘0’으로 만들 수 없다면 이미 밖으로 나온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자는 취지다.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0으로 만들기 위한 핵심 기술이다. 특히 제조 공정상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시멘트 등 산업에서 CCUS가 유일한 탄소 감축 방법이다.
물론 CCUS 반대론자들도 있다. 일부 환경론자들은 이 기술이 석유의 생명을 연장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산화탄소의 포집과 운송, 활용, 저장 등 전 과정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감안하면 실제 탄소 감축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국제적으로는 탄소 감축을 위한 필수 기술로 인정하는 추세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22년 발간한 기후변화 보고서에서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는 시나리오상 발전·산업 부문의 주요 감축 수단으로 CCUS를 포함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3년 넷제로 로드맵’에서 제시한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CCUS의 탄소 감축 누적 기여도는 8%를 차지한다.
전 세계적으로 CCUS 프로젝트도 크게 증가했다. 글로벌 CCS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6월 말 기준 진행 중인 전 세계 CCS 설비는 392곳으로 전년도(194곳) 대비 10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산화탄소 포집 능력은 연간 2억4100t에서 3억6100만t으로 늘어났다. IEA는 2023년 현재 전 세계 45개 국가에서 CCUS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집계했다.
하지만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더 공격적인 CCUS 투자가 필요하다. IEA는 현재 발표된 CCUS 프로젝트가 현실화했을 때는 2030년에 연간 약 4억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30년까지 필요한 포집 능력(1기가t)의 40% 수준이다. 투자 계획이 현실화할지도 미지수다. 지금까지 발표된 CCUS 프로젝트 중 최종 투자 결정 단계까지 도달한 것은 전체의 약 5%에 불과하다.
◇이미 50년 넘었지만 해결 못한 경제성= CCUS는 최근 들어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50년도 더 된 기술이다. 미국에서는 1972년 발베르데 천연가스발전소에서 증진회수법(EOR·Enhanced Oil Recovery) 용도로 CCUS 기술을 활용했다. 이는 원유나 가스전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채굴량을 높이는 방식이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화석연료 채굴 확대에 활용하는 만큼 탄소 감축 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CCS 설비의 대부분은 EOR에 집중돼 있다.
이유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저장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데 비해 이를 수익화할 다른 수단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CCUS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이 경제성과 실효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포집 비용은 운송 및 저장까지 포함해 t당 92~130달러에 달한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으나 아직 상용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아직 비즈니스 모델이 정립돼 있지 않은 만큼 각국은 CCUS 도입을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미국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산업시설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경우 t당 85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CCS와 유사한 대기중직접포집(Direct Air Capture) 설비에 대해선 t당 180달러를 지원한다.
유럽연합(EU)은 2022년 세계 최초의 국경 통과 CCS 협약을 체결했다. EU는 이노베이션펀드를 통해 11개의 CCS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특히 북해 유역의 심부 염수층을 활용한 범국제적인 CCS 사업이 다수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CCS 기술 활용 촉진 로드맵을 발표했다. 일본은 CCS 기술을 이용해 2030년까지 연간 600만~1200만t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민간 사업에 보조금도 지원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다수 기업이 CCUS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12월1일 전남 여수제2에너지 사업장에서 이산화탄소 포집·액화 플랜트 착공식을 열었다. 이 회사는 연간 약 6만9000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재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석유공사와 현대건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동해가스전 CCUS 사업체에 참여하고 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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