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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총명불여둔필, 괴테에서 염경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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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연세대에서 오랫동안 사회학을 가르친 원로 학자. 그는 서예가이면서 서애(西厓) 류성룡 연구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에 송 교수가 옆 강의실에서 수업을 했음에도 그의 수업을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기자 생활을 하면서 송 교수를 알게 되었고, 전업 작가가 된 이후로는 일 년에 한 두 번씩 만나는 관계로 발전했다.


한번은 서울 을지로 우래옥에서 있은 원로모임에 ‘천재 연구가’ 자격으로 초대받은 적이 있다. 그 자리에 송복 교수가 계셨다. 원로 모임에 가면 언제나 행복하다. 수첩에 메모가 가득해져서다. 식사 중에 내가 틈틈이 메모를 하니 송 교수가 칭찬하며 수첩을 달라고 했다. 그가 수첩에 글귀를 적어주었다.


총명불여둔필(聰明不如鈍筆).


쉽게 풀어쓰면,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서툴게 메모한 사람을 따라가지 못한다 쯤이 되겠다.

[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총명불여둔필, 괴테에서 염경엽까지 염경엽 감독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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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모를 조금 하는 편이다. 나는 메모 습관을 월간조선 기자 시절 조갑제 편집장에게서 배웠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메모를 한다. 그 메모는 반드시 한편의 글이 되거나 글 속의 여러 가지 사례의 하나로 녹여진다. 조갑제 대표는 내가 직접 경험한 최고의 메모광이다. 적어도 내가 몸담았던 신문사에서 그처럼 열심히, 한결같이 메모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천재 연구’를 하면서 여러 가지 공통점을 터득했다. 그중 하나가 그들이 메모광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이뤄낸 업적은, 다른 각도에서 보면 오랜 세월 축적된 메모의 힘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나는 신간 서적을 잘 사지 않는다. 만일 꼭 사야 할 경우, 다면적으로 검토한 뒤에 구입한다. 오히려 읽었던 책을 한 번 더 펼쳐 보는 경우가 더 많다. 내가 읽어낸 책들은 지저분하다. 책을 읽다가 밑줄을 긋거나 읽다가 스친 생각의 편린들을 아무렇게나 끄적거려서다.


책등이 허옇게 변색된 책을 서가에서 꺼내 책장을 넘길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내가 이런 문단에 밑줄을 긋고 중요하다는 표시를 해두었구나. 그런데 내 머릿속에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분명, 그 순간만큼은 전두엽에 들어왔는데….

[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총명불여둔필, 괴테에서 염경엽까지 송복 교수가 2017년 1월에 필자의 수첩에 적어준 글귀. 총명불여둔필. [사진=조성관 작가]

고이 모셔둔 책에서 이런 순간을 겪을 때마다 자괴감을 느낀다. 그러니 점점 신간을 사서 읽는다는 것이 두려워진다. 책을 읽으면 뭐 하나. 책장을 덮고 나면 새카맣게 잊어먹는 것을.


메모 수첩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수첩에는 지인들과의 대화 중에 얻은 지혜나 지식, 신문·영화·책·TV를 보다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의 골자를 적어두었다. 그런데도 이 메모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음을 수첩을 넘길 때마다 확인한다. 어찌 이럴 수가.


‘세계인문여행’이 햇수로 4년, 횟수로 210회를 훌쩍 넘겼다. 연재물의 분량은 20매 안팎이다. 연재가 장기화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역시 글감 조달이다. 갈수록 압박감을 느낀다. 최소 서너 개를 예비해놓지 않으면 잠을 못 잔다.


내가 아이디어를 채굴하는 방법은 메모장을 앞뒤로 계속 뒤적거리며 읽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종종 내가 이런 것까지 다 적어두었구나 하고 감탄할 때도 있다. ‘몇 글자의 메모’를 현재의 이슈에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까. 메모를 튀밥 기계에 생쌀을 넣고 굴리듯 계속 굴린다.(이럴 때는 다른 사물은 모두 페이드아웃 처리된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가끔씩 스파크가 튀어 불꽃을 일으킬 때가 있다. 튀밥 기계가 '뻥'하고 터지듯 말이다.

[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총명불여둔필, 괴테에서 염경엽까지 필자의 2016년 수첩(왼쪽)과 2017년 수첩. 2016년 수첩에 별표 마크를 해놓은 메모 '(조선은) 400년이상 벼랑이었다'는 7년만에 결국 칼럼으로 독자와 만났다. [사진= 조성관 작가]

한번은 AGT 강연 전 같은 테이블에 앉은 이상구 인터메이저 대표와 ‘메모의 쓸모’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 대표는 내 강연을 마치 학생이 필기를 하듯 노트북으로 기록한다. 한번은 왜 힘들게 기록하는지를 물어본 적이 있다. 그가 답했다.


“강연을 듣고 나면 다 잊어버려서 그렇습니다.”


정성스럽게 한 메모가 메모로 끝날뿐 아무 데도 쓰이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런 메모를 왜 해야만 하는가. 우리는 이 대목에서 의견일치를 봤다.


메모를 하는 것과 일기를 쓰는 것은 행위 자체가 비슷하다. 내용 면에서도 겹치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경험은 과거의 벌어진 일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느냐이다. 그날 있었던 일을 기록하지 않으면 열흘만 지나면 새카맣게 잊어버린다. 그날을 산 것은 틀림 없는데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과거에서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게 된다.


이것은 모든 지식근로자의 숙제이기도 하다. 개인지식관리(PKM Personal Knowledge Management)를 어떻게 하느냐. 여기서 성패가 갈린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여기서 나온 게 제텔카스텐 메모정리법이다. 작은 단위의 메모를 연결해서 기억을 강화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다. 읽었던 책 문장을 매일 상기시켜주는 ‘리드와이스(Readwise)’라는 서비스도 있다.


내가 30년 기자 생활에서 취재원으로 만난 사람 중 최고의 메모광은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다. LG 트윈스 감독을 맡아 29년 만의 통합우승을 일궈낸 야구 감독. 그는 선수로서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지도자로서는 성공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선수로는 이름을 날렸지만 막상 지도자가 되어서는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사라지는 감독이 얼마나 많은가.


염경엽 감독의 별명은 염갈량이다. 염경엽과 제갈량을 합친 조어다.


중국 후한 시대 인물 제갈량은 비상한 전략가의 대명사. 염 감독은 넥센 히어로스-SSG랜더스 감독에 이어 LG 트윈스에서 세 번째 감독직을 수행 중이다. 주루코치로 시작한 그는 어떻게 감독직에 올랐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을까.


나는 그것을 독서와 메모의 힘이라고 본다. 넥센 히어로즈 시절 목동야구장 감독실에서 인터뷰를 하며 그의 책꽂이와 메모 수첩을 본 적이 있다. 책꽂이에는 인문학책이 주류를 이뤘다. 수첩에는 그날그날 경기에서 벌어진 일을 빼곡하게 기록해두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그의 메모 수첩이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록했다. 감독의 판단 미스를 포함한 경기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소감이다. 기록지에서 읽을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이 저장되어 있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독서에서 얻은 지혜를 실제 야구 경기에 접목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염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말은 이것이다.


“나는 어떤 책이든 최소 다섯 가지는 배울 게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메모를 한다.”

[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총명불여둔필, 괴테에서 염경엽까지 넥센 히어로즈 시절의 염경엽 감독 수첩. [사진= 조성관 작가]

우남 이승만도 알아주는 메모광이었다. 이덕희 한인이민연구소장은 ‘이승만의 하와이 30년’이라는 책을 쓰고 같은 이름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사람이다. 이덕희 소장의 인터뷰를 읽다가 눈길을 사로잡은 대목이 우남의 메모 이야기였다.


“메모광으로 불렸던 그의 수첩을 보면 기가 막혀요. 지원금 내역과 출장 경비, 커피값 영수증은 물론 머리를 얼마 주고 깎았다, 지팡이를 얼마 주고 고쳤다 등등 단돈 1전의 용처까지 전부 기록했어요.”


이것은 괴테의 메모 습관을 떠올리게 한다. 괴테는 2년 반 동안 이탈리아에서 살았다. 로마에서 본명을 숨기고 지낼 때 그는 주부가 가계부 쓰듯 모든 걸 메모했다. 심지어 매춘부를 찾아간 비용까지 다 남겼다. 이 메모를 통해 18세기 후반 로마의 사회사가 복원되었다.


프랑스인이 자부심으로 여기는 소설이 마르셸 프루스트의 ‘잊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다. 전 7권으로 이뤄진 이 소설은 ‘궁극의 문학’이라고 평가된다. 현미경을 들이댄 것처럼 치밀하고 섬세한 묘사로 개인의 일상과 시대의 풍경을 재현해냈기 때문이다. 프랑스 문학 전공자가 아니면 이 책을 전부 독파한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 지나칠 정도로 묘사가 세밀할 뿐만 아니라 문장이 만연체로 길어서다. ‘잊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수 세기 동안 지속되었던 귀족들의 살롱 문화가 주로 등장한다. 프루스트는 어떻게 이런 엄청난 소설을 써낼 수 있었을까.


메모와 일기가 원천이 되었다. 프루스트 자신이 젊은 시절 살롱 출입을 즐겼다. 프루스트는 살롱모임이 끝나면 집에 돌아와 전날 있었던 모든 것을 시간대별로 메모했다. 사람들과 나눈 대화까지 모두 기억해냈다. ‘잊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메모를 바탕으로 재구성해서 써내려 간 작품이다.

[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총명불여둔필, 괴테에서 염경엽까지 필자의 2024년 새 수첩(오른쪽 끝)과 지난 수첩들. [사진= 조성관 작가]

나는 매년 12월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다음 해 수첩을 산다. 디자인은 거의 비슷하지만 겉표지 색상이 매년 조금씩 다르다. 수첩 색상을 고를 때마다 설레고 두근거린다.


내게 축복처럼 허락된 미지의 365일. 이 수첩에 어떤 이야기들이 기록되고, 그 메모들이 나를 새롭게 태어나게 할 것인가.


[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총명불여둔필, 괴테에서 염경엽까지

조성관 작가·천재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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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어스 테이블' 운영자, 전 주간조선 편집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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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년까지 1.5만명 고용” 인구 급증한 소도시 중심엔 해상풍력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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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영국과 프랑스는 탈석탄 과정에 이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해상풍력이다. 해상풍력단지는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는 청정에너지원이자 기업들의 미래 사업이지만 어민들은 생업 차질을 이유로 해상풍력단지 조성을 반대했었다. 에너지 전환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는 어떻게 어민들과의 갈등을 해결했을까. "험버 지역 재생에너지 업종 종사자 수를 2030년까지 현

  • 25.07.2607:10
    "바다도 살리고 돈도 준다는데"…어민들이 선택한 새로운 해상풍력 일자리②
    "바다도 살리고 돈도 준다는데"…어민들이 선택한 새로운 해상풍력 일자리②

    편집자주영국과 프랑스는 탈석탄 과정에 이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해상풍력이다. 해상풍력단지는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는 청정에너지원이자 기업들의 미래 사업이지만 어민들은 생업 차질을 이유로 해상풍력단지 조성을 반대했었다. 에너지 전환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는 어떻게 어민들과의 갈등을 해결했을까. "해상풍력이 스러져가는 어업 도시를 살렸습니다." 영

  • 25.07.2607:00
    "생태계 훼손 없이 지역경제 살아나"…프랑스 첫 해상풍력단지에 어민들 웃었다①
    "생태계 훼손 없이 지역경제 살아나"…프랑스 첫 해상풍력단지에 어민들 웃었다①

    편집자주영국과 프랑스는 탈석탄 과정에 이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해상풍력이다. 해상풍력단지는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는 청정에너지원이자 기업들의 미래 사업이지만 어민들은 생업 차질을 이유로 해상풍력단지 조성을 반대했었다. 에너지 전환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는 어떻게 어민들과의 갈등을 해결했을까. "해상풍력단지를 직접 방문하고, 주민들과 함께 설명회도

  • 25.08.0306:00
    "6년치 식량 산다" 러에 추가 파병한 北 1년 수익 28조…대러의존도 심화
    "6년치 식량 산다" 러에 추가 파병한 北 1년 수익 28조…대러의존도 심화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파병을 통해 총 28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북한 연간 국내총생산(GDP) 40조원의 약 70%에 해당하는 규모로, 북한 경제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북한이 기존 1만5000명에서 3만명으로 대러 파병 규모를 두 배로 확대하면서 파병만으로도 연간 1조4000억원의 추가수익을 얻을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전후 복구 근로

  • 25.08.0206:00
    관세수익으로 미국판 '민생쿠폰' 준다는 트럼프…포퓰리즘 논란
    관세수익으로 미국판 '민생쿠폰' 준다는 트럼프…포퓰리즘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수익의 일부를 국민들에게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미국 정계가 술렁이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관세 협상 타결과 함께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한 가운데 나온 이번 정책은 "약탈 경제"라는 비판과 함께 치열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각국으로부터 대규모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고 발표했다. 한

  • 25.07.3108:27
    정성장 "북한은 남한과 대화를 원치 않는다"
    정성장 "북한은 남한과 대화를 원치 않는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7월28일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없고,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담화문을 냈다. 29일에는 '조미 사이의 접촉은 미국의 '희망'일 뿐이다'라는 북·미 대화와 관련한 담화문을 냈다. 이례적이다. 남한과는 대화할 뜻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반면 미국과는 대화의 문을 열어뒀다.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는 무엇일까. 7월 29일 아시아경제 'AK라디오'와 전화로 인터뷰한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북한

  • 25.07.2706:00
    "파월은 美에 해악" 트럼프 연준 공격에 흔들리는 세계경제
    "파월은 美에 해악" 트럼프 연준 공격에 흔들리는 세계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대한 사임 압박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어 금융시장과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웰 의장이 금리를 충분히 내리지 않아 미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강한 사퇴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비롯한 측근들은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에게 사임 압력을 가

  • 25.07.2606:00
    영·독 2차대전 후 첫 상호방위 조약…과거사도 잊게 한 러 위협
    영·독 2차대전 후 첫 상호방위 조약…과거사도 잊게 한 러 위협

    영국과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며 유럽의 안보 지형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번 협정으로 영국, 프랑스, 독일의 3각 방위체제가 완성되면서,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는 유럽의 자체 방어 능력이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협정이 단순한 군사협력을 넘어 핵 억지력 공유까지 포함한다는 것이다. 협정 내용에는 "양국이 핵 문제를 포함한 상호 이익의 방위 문제

  • 25.08.0607:00
    원청 승인 안 하면 임금 못 받자 '하도급지킴이'에 '상생결제' 연계 추진
    원청 승인 안 하면 임금 못 받자 '하도급지킴이'에 '상생결제' 연계 추진

    정부가 공공 건설 현장에 의무 적용 중인 전자대금지급시스템 '하도급지킴이'에 '상생결제' 방식을 일부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두 시스템을 연계하면 원청 승인 없이 하도급 대금을 자동 지급할 수 있게 된다. 기획재정부 산하 조달청과 중소벤처기업부가 실무 협의에 착수했으며, 건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참고 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정부는 건설업계에 만연한 불법 하도급과 임금 체불 문제 해

  • 25.08.0107:00
    단속 비웃는 건설현장 불법고용…비자 확인 안하고 위조 이수증에 속고
    단속 비웃는 건설현장 불법고용…비자 확인 안하고 위조 이수증에 속고

    경기 침체와 저가 수주 경쟁에 내몰린 건설사들은 불법 체류자를 고용하는 유혹에 쉽사리 빠져들 수밖에 없다. 불법 체류자를 고용해 인건비를 절감하는 것은 공사비 인상, 공기 단축 등 현실적 부담을 상쇄하는 적절한 대책이 될 수 있다. 특히 정부의 느슨한 단속과 처분은 건설사들의 이런 선택을 관행으로 자리 잡게 했다. 불법 체류자들의 고용 행태는 우리나라 건설 노동자들의 설 자리를 빼앗아가고, 나아가 부실시공의 원

  • 25.08.0107:00
    45만원 줘도 일손없어 썼던 '외국인력'…이젠 내국인 자리까지 잠식
    45만원 줘도 일손없어 썼던 '외국인력'…이젠 내국인 자리까지 잠식

    "외국인 근로자들은 일자리가 필요한 우리나라 건설 근로자들의 실체적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현장 근로자들은 건설업의 기형적 구조도 문제지만, 고용시장의 변화가 두렵다며 1일 이같이 토로했다. 외국인 근로자는 2020년부터 2022년 초까지 건설 경기가 활황이던 시기에 급증했다. 고령화와 3D 업종 기피로 건설 내국인 근로자가 줄어든 가운데 코로나 시기 저금리로 시중에 자금이 풀리면서 건설사들은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

  • 25.08.0107:00
    "공사비 상승 부른 '잦은 재시공'"…국토부, 기능인 등급제 손본다
    "공사비 상승 부른 '잦은 재시공'"…국토부, 기능인 등급제 손본다

    불법 체류자 고용이 내국인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현장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외국인 고용 규제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내국인이 다시 건설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산업 전반의 체질을 바꾸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숙련공을 우대하고 적정임금을 보장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내국인 고용 확대는 물론 기업 채산성 확대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용학 한국건축시공

  • 25.07.3114:30
    순식간에 40여 명이 일터를 잃었다…"매일매일 피 말라" 하청·후방업계 비명
    순식간에 40여 명이 일터를 잃었다…"매일매일 피 말라" 하청·후방업계 비명

    35년 된 레미콘 회사도 무너져 "사장이 억지로 구조조정까지 해가며 버텨봤지만 결국 폐업했어요""6개월 동안 10억원이 깨졌다고 들었습니다. 사장이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대구 달성군 레미콘업체 T사는 지난달 30일 폐업했습니다. 35년간 이어온 회사였는데요. 직원 30여명과 레미콘트럭 기사 15명 등 40여명이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고 말았습니다. 이곳에서 일한 레미콘트럭 기사는 현실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건설사 발주에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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