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 특허권 허용해달라" 英 대법원의 판단은?

美 컴퓨터 과학자가 제기한 소송 기각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비슷한 결론 내

인공지능(AI)이 특허권을 소유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벌어진 논쟁에서 영국 대법원이 "AI는 특허 발명자가 될 수 없다"라고 최종 판단을 내렸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티븐 세일러라는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가 자신이 설계한 AI 기계 다부스(DABUS)가 고안한 발명품에 특허를 내 달라며 특허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영국 대법원은 세일러의 청구를 최종 기각했다.

대법원은 "영국 특허법에 따라 '발명가'는 '자연인'이어야 한다"며 만장일치로 세일러의 상소를 기각했다. AI를 인간과 동등한 법적 권한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세일러 측은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로 AI에 의한 발명품 공개가 위축될 수 있다"며 "이 사건은 현행 영국 특허법이 영국을 AI 및 데이터 기반 혁신의 글로벌 중심지로 만들려는 목표를 얼마나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지를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특허청은 대법원이 창작물 특허에 관한 해석이 명확했다고 반겼다.

다만 특허청은 "특허 시스템과 더 나아가 지적 재산이 (AI의) 창작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당한 의문이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며 "정부는 영국 특허 시스템이 AI 혁신과 AI 사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이 분야의 법률을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세일러는 2018년 식품 용기와 반짝이는 조명에 대한 두 가지 특허를 출원하면서 발명자에 자신의 이름 대신 '다부스'를 기재했다.

특허청은 세일러에게 '발명가는 기계가 아닌 사람 또는 법인이어야 한다'는 이유로 수정을 요구했지만, 세일러는 응하지 않았다. 결국 특허청은 세일러의 신청을 거부했고, 세일러는 특허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 2심 역시 대법원과 같은 판단으로 특허청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올해 초 세일러는 미국에서도 유사한 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다. 미국 법원은 AI 시스템으로 만든 발명품에 대한 특허 발급을 거부한 미국 특허상표청에 관해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세일러는 이외에 여러 국가에서 유사한 소송을 제기했으나, 각국 재판부는 비슷한 결론을 내고 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