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법인 시작…글로벌 진출 20주년
역대 M&A 총 14건, 해외인수 8건
미래에셋證, 최근 인도 현지 법인 인수
2003년 홍콩에 자산운용사를 설립하면서 해외 시장에 첫발을 내딘 미래에셋그룹이 글로벌 공략 20주년을 계기로 시장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국내 최초로 인도 현지 증권사를 인수하는 등 해외 시장에 그룹의 인수합병(M&A)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박현주 회장이 미래에셋그룹 글로벌전략가(GSO)로 직접 뛰면서 해외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7일 미래에셋그룹에 따르면 1997년 그룹 출범 이후 진행된 전체 M&A 14건 중 8건(57.1%)은 해외 인수였다. 최근 5년간 계열사 M&A 5건이 모두 해외에서 성사됐다. 계열사별 해외 인수 사례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5건, 미래에셋증권이 2건, 미래에셋생명이 1건이다. 사실상 M&A 역량을 해외 시장에 모두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해외 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게 박 회장의 의지다. 그가 2018년부터 그룹의 GSO를 맡은 이유다.
미래에셋운용 AUM 40%는 해외에서… 세계 18개 지역 진출
미래에셋그룹은 올해 글로벌 진출 20주년을 맞았다. 특히 대부분의 해외 인수를 주도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현재까지 한국과 홍콩,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전 세계 18개 지역에 진출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해 왔다. 지난달 말 기준 해외 운용자산(AUM) 규모가 약 120조원이었는데, 이는 국내를 포함한 미래에셋자산운용 전체 AUM 합계 300조원의 약 40%에 달한다.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리서치 업체 ETFGI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6월 말 기준 순자산 규모로 전 세계 운용사 중 12위를 기록했다.
첫 해외 진출은 2003년 12월17일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설립에서 시작됐다. 2005년 홍콩 현지 전문운용역이 직접 운용하는 '미래에셋아시아퍼시픽스타펀드'를 출시했고, 2011년 국내에선 처음으로 홍콩 ETF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국내 금융기업의 해외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 속에서도 박현주 회장은 '내가 실패하더라도 한국 자본시장에 경험은 남는다'며 해외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같은 뚝심으로 홍콩법인은 현재 홍콩 내 6위 운용사로 성장했다. 지난달 말 기준 총 AUM 규모는 약 2조원이며, 현재 35개의 ETF를 운용 중이다. 지난 10월 '글로벌 X 홍콩 항셍 테크(GlobalX Hang Seng TECH) ETF'를 홍콩과 중국 상하이, 선전 거래소에 교차 상장하면서 국내 운용사로선 첫 중국 본토 ETF 시장에 진출했다.
2011년 인수한 캐나다 대형 운용사 '호라이즌스(Horizons) ETFs'는 북미 시장 공략의 분기점이 됐다. 당시 미래에셋은 이 계약으로 호라이즌스 ETFs의 자회사인 호주 운용사 '베타쉐어즈(BetaShares)'까지 품었다. 10여년 간 몸집을 키운 베타쉐어즈는 2021년 미국계 사모펀드 회사에 매각됐고, 미래에셋은 수천억원의 차익을 봤다.
미래에셋은 2018년 미국 운용사 '글로벌(Global) X'를 인수했다. 글로벌 X는 해외 각국 거래소에 ETF를 상장하며, 글로벌 영토 확장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했다. 지난해 호주 운용사 '시큐리티스(Securities)' 인수 계약 과정에선 홍콩의 미래에셋 글로벌 ETFs 홀딩스와 미국의 글로벌 X가 각각 55%와 45%를 투자했는데, 이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만으로 해외 운용사를 사들인 첫 사례였다. 현재 시큐리티스는 '글로벌 X 오스트레일리아'로 바꿔 운영 중이다. 지난 8월엔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를 접목한 금융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호주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운용사 '스탁스팟(Stockspot)'을 인수했다.
미래에셋증권, 올해 영국 GHCO·인도 쉐어칸 인수
미래에셋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도 국내 증권사 중 최대 글로벌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현재 해외 현지 법인 10개, 사무소 3개 등을 확보했다. 특히 지난 12일 인도 현지 증권사 '쉐어칸(Sharekhan Limited)'을 48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2018년 국내 증권사 최초로 인도 자본시장에 진출하고, 5년 만에 현지 기업을 인수한 것이다. 2000년 설립된 쉐어칸은 현지 업계 10위 수준의 증권사다. 미래에셋은 쉐어칸을 5년 내 현지 5위권 증권사로 만들고, '넥스트 차이나'로 주목받는 인도 금융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보다 앞선 지난 5월 런던법인을 통해 유럽 ETF 시장조성 전문 회사인 GHCO도 인수했다. 2005년 설립된 GHCO는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통해 특정 ETF 종목의 주가가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되도록 '장내 유동성 공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로써 미래에셋증권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유럽 ETF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이런 노력을 통해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3분기 해외법인 세전 순이익 52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보다 19.2% 늘고,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3.9% 증가한 것이다. 아울러 미래에셋생명도 2018년 5월 베트남에서 '프레보아베트남생명'의 지분을 인수하고, 통합법인 미래에셋프레보아생명을 출범시켰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증권이 2006~2007년 국내 운용사와 증권사 중 처음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뒤 이뤄낸 성과였다.
한편 박현주 회장은 해외 진출에 대한 성과를 인정받아 내년 7월 국제경영학회(AIB) 연례학회에서 '올해의 국제 최고경영자상'을 수상한다. 전 세계 약 90개국에 3400명 이상을 회원으로 보유한 AIB는 국제무대에서 회사의 명성과 성과를 크게 향상한 비즈니스 리더에게 올해의 국제 최고경영자상을 수여해 왔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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