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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동 직장인은 도시락·소주, 연대생은 라면으로 한끼 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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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가 바꾼 편의점 지도
직장인들, 외식물가 높아지면서 편의점서 식사 해결
대학생·취준생은 도시락, 학생식당 대신 '라면'
주류도 동네따라 '소주·맥주', '위스키·와인' 소비 차이

외식물가 상승으로 ‘불황형소비’가 이어지면서 편의점으로 발길을 옮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심산인데, 이러한 모습은 특정 동네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오피스 상권이 밀집돼 빌라와 원룸촌이 즐비한 지역에서는 도시락과 주먹밥을, 대학가 주변은 컵라면을 더 많이 찾았다. 이러한 지역에선 소주와 맥주 매출도 높게 나타났다. 비싸진 밥값에 친구들과 밖에서 옹기종기 모여 한잔을 기울이기보다는 집에서 홀로 술잔을 따르며 하루의 고단함을 씻은 것이다. 반면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들은 수십만원대 위스키와 와인 구매율이 높게 나타났다.

가산동 직장인은 도시락·소주, 연대생은 라면으로 한끼 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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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아시아경제가 CU에 의뢰해 서울 지역 2770여개의 편의점 매장에서 올해 1∼11월 매출 데이터를 지역별로 비교 분석한 결과, 도시락, 주먹밥, 라면 매출이 높은 지역은 주로 직장인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었다. 특히 1인 가구인 젊은 직장인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일수록, 간편식과 소주, 맥주의 판매량이 월등했다.


주먹밥과 도시락이 가장 많이 팔린 지역은 금천구 가산동이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8%, 39%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라면 매출도 30% 늘어나며 3위에 올랐다.


가산동은 IT 기업들이 입주한 서울 디지털산업단지에 있으며, 패션 기업들도 다수 입점해 있다. 기업들의 집중으로 주변에는 원룸촌이나 빌라가 형성돼 1인 가구 비중이 높다. 가산동에서 간편식이 가장 잘 팔리는 시간대는 오후 6시부터 9시다. 소주와 맥주도 이 시간대에 가장 많이 팔렸다. 거주민 대부분은 사회생활을 경험한 지 오래되지 않은 2030세대다. 퇴근 후 저녁 해결을 위해 1만원이 넘는 국밥 한 그릇을 먹는 것보다 편의점 도시락에 소주 한 병을 사 들고 집에 가는 경우가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가산동 직장인은 도시락·소주, 연대생은 라면으로 한끼 때운다 국내 대표 외식 품목 8개 가운데 김밥과 김치찌개의 가격이 지난달 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기준 김밥 가격은 10월 3254원에서 11월 3292원으로, 김치찌개 백반은 같은 기간 7846원에서 7923원으로 각각 올랐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거리 음식점 외벽에 설치된 메뉴.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CU 관계자는 "점심시간만 해도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의 합성어)으로 인해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과 주먹밥이 많이 팔렸다"며 "특히 가산동은 IT 기업들이 대거 밀집한 곳으로 입주 업체의 직장인은 대부분 어린 2030세대"라고 설명했다.


큰 규모의 오피스 상권이 형성돼 있는 강남구 역삼1동과 마곡 산업단지 주변인 강서구 가양1동도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가양 1동은 가양동과 마곡동 사이 산업단지 등 개발로 거주인구가 자연스럽게 늘어나면서 간편식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영등포구 여의도동은 주먹밥 부문 매출 4위에 올랐다. 바쁜 시간을 쪼개 도시락이나 라면을 먹기보다는, 간편하게 데워 빠르게 배를 불릴 수 있는 주먹밥을 더 많이 찾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가산동 직장인은 도시락·소주, 연대생은 라면으로 한끼 때운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체감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훨씬 높아 서민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울 한 편의점을 찾은 시민들이 도시락 및 간편식을 먹고 있다. 강진형 기자aymsdream@

주머니 사정이 여의찮은 대학생이나 취업 준비생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4000∼5000원 안팎이었던 대학 학생 식당 밥값이 7000∼9000원으로 오르면서 편의점으로 향하는 학생들은 더 많아졌다. 이들이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찾은 것은 라면이었다. 연세대학교, 서강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가 인접해 있는 서대문구 신촌동은 올해 라면 매출이 가장 높았던 곳이다. 주먹밥도 전체 2위에 올랐다. 도시락(3위)도 많이 사 먹긴 했지만, 다른 간편식에 비해 값(4000~6000원)이 더 나가기에 자주 구매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주류 제품 중 소주와 맥주 매출이 가장 높은 지역은 강남구 역삼1동이었다. 역삼1동은 테헤란로와 강남대로를 끼고 있어 인근에 대규모 오피스와 상권이 발달한 대표적인 번화가다. 직장인이 주로 거주하며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지역 중 하나다. 유동 인구만 16만명으로 서울에서 가장 붐비는 지역 중 하나다. 코로나19 이후 확산한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역삼1동은 최근 2년간 양주나, 막걸리 등 다른 주류 제품의 소비도 많았던 곳이다. 그러나 올해는 유독 소주와 맥주로 소비가 집중됐다.


고가 상품으로 분류되는 양주와 와인은 용산구 한강로동과 강남구 삼성2동이 1위를 차지했다. 최근 편의점이 데일리 와인뿐 아니라 하이엔드급(고급) 비중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소득 수준이 높은 두 지역에서 높은 매출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교동은 모든 부문 가운데 유일하게 양주 부문에서만 5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서교동은 주택가와 대학가, 유흥가가 집중된 상권으로, 2030세대에서 위스키가 새로운 주류 트랜드로 급부상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올해 고물가가 이어지며 오피스 상권이 발달하고 직장인, 대학생 등이 거주하는 1인 가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저렴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간편식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본다"며 "여기에 편의점은 인근 상권 특색에 맞게 그때그때 제품 발주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서 이 같은 경향이 더 뚜렷해졌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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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지, 이서희 기자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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