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ASML 기술혁신, 전 세계 4차 산업혁명 동력"
ASML-삼성, '반도체 제조기술 R&D센터' 설립
ASML-하이닉스,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개발' 협력
박춘섭 경제수석 "협력 단계를 넘어 동맹 단계 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본사를 찾아 "한·네덜란드 기업의 반도체 협력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양국 정부 간 직접 소통을 강화하고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계기로 ASML과 삼성전자는 1조원을 투입해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센터'를 한국에 설립하는 MOU(업무협약)를, SK하이닉스는 ASML과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개발 MOU'를 체결했다. 이를 기반으로 양국간 반도체 '협력'이 '동맹' 수준으로 격상됐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베닝크 CEO, 증착 장비를 생산하는 ASM의 벤자민 로 CEO, 연구기관 IMEC의 루크 반 덴 호브 CEO 등과 간담회를 갖고 3건의 MOU 서명식에도 참석했다.
尹, ASML에 "한국 기업들과 반도체 혁신과 공급망 안정화 노력에 기여해달라" 당부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오늘 방문은 제 해외 순방 중 첫 번째 기업 방문"이라며 "한국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해 반도체 혁신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노력에 기여해주시길 바란다"고 ASML 측에 당부했다. 이어 "오늘 이뤄지는 ASML과 삼성·SK하이닉스 간 투자 협력에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ASML과 삼성은 향후 1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를 한국에 건설하고, SK하이닉스는 생산 과정에서 전력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수소 자원 친환경 공정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내년 2월에 ASML 주도로 한·네덜란드 대학원생 엔지니어가 함께 참여하는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가 개설되는데, 양국이 함께 인재를 키워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체결된 MOU를 살펴보면, 먼저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인력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양국 정부(한국 산업통상자원부-네덜란드 외교부)는 최첨단 반도체 생산장비를 활용해 양국 대학원생에게 현장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한-네덜란드 첨단반도체 아카데미'를 신설하는 협력 MOU를 맺었다. 첨단반도체 아카데미는 양국에서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내년 2월 네덜란드에서 첫 번째 교육이 시작할 예정이다.
ASML은 삼성전자와 함께 1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EUV 기반으로 초미세 공정을 공동 개발하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센터'를 한국에 설립하는 MOU도 체결했다. 장비기업인 ASML이 반도체 제조기업과 공동으로 해외에 반도체 제조 공정을 개발하기 위한 R&D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7월 ASML 피터 베닝크 회장을 두 차례 만나 한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요청한 바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ASML과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개발 MOU'를 체결했다. EUV 장비 내부의 수소를 태우지 않고 재활용할 경우, 전력 사용량은 20% 줄고 연간 165억원의 비용이 감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빌렘-알렉산더 네덜란드 국왕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첨단반도체 협력 협약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윤 대통령, 빌렘-알렉산더 네덜란드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클린룸까지 찾아간 尹… 대통령실 "진정한 반도체 동맹만이 할 수 있어"
양국 정상은 ASML의 클린룸을 함께 방문해 차세대 EUV 장비 생산 현장을 시찰했다. 윤 대통령과 빌렘 알렉산더 국왕이 방문하는 클린룸은 지금까지 전체 모습이 공개된 적 없는 차세대 EUV 생산 현장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ASML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ASML이 하는 독보적인 사업 때문이다. ASML은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에 필수로 쓰이는 EUV 노광 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곳이다. 2㎚ 이하 공정에 쓰일 차세대 EUV 장비인 '하이 뉴메리컬어퍼처(NA)'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과 함께 클린룸을 둘러보며 작업 중인 근로자에게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장비 공급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최신 노광 장비를 원하는 반도체 기업들이 줄을 서 있다 보니 장비 확보가 곧 초미세 공정 경쟁력이 됐다. ASML은 지난해 자사 행사를 통해 EUV 생산능력을 2026년까지 90대, 하이 NA 생산능력을 2028년까지 20대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미국 인텔 등이 EUV에 이어 하이 NA를 공급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다수 기업은 공급 계약을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을 통해 "반도체 협력 단계를 넘어서 동맹 단계까지 나갔다"며 "설계에서부터 장비, 제조까지 다 일관된 전 과정을 같이 협력해서 동맹 관계에서 같이 해나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재를 같이 키우고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은 진정한 반도체 동맹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양국의 반도체 분야 미래 세대들의 교류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ASML과 삼성전자 간 MOU와 관련해선 "우리 정부는 설치부터 운영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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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역시 "삼성전자 같은 경우 3㎚ 기술을 양산에 적용했으니 필연적으로 EUV 장비가 필요하다"며 "삼성전자와 ASML 사이에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공동 투자를 해서 리소그래피(실리콘 웨이퍼 회로 패턴 형성 공정) 관련 기술을 개발하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한-네덜란드 간 반도체 동맹이 구축된 것에 대해선 "(국내 반도체 제조기업들이)이전보다는 좀 더 유연하게 (EUV)장비를 조달하는 데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암스테르담=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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