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과 유럽 회사채 발행 물량이 올해 들어 최고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냉각, 인플레이션 완화 등 경기 둔화로 긴축 조기 종료에 대한 전망이 강해지면서 회사채 발행 시장이 강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평가다.
7일(현지시간)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11월 미국과 유럽에서 투자적격 등급과 정크본드 등급의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액이 2460억달러(약 32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0월 총액대비 56% 급증한 것으로, 올 10월 누적 월간 평균보다 160억달러 큰 규모다. 모건스탠리의 신디케이트론 공동 대표인 테디 호지슨은 추수감사절을 포함한 11월에는 통상적으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저조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회사채 발행 시장이 강세로 돌아선 것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피벗 전망이 강해진 데 따른 것이다. 영국 한 외신은 "내년 상반기 미국과 유럽에서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지면서 투자심리가 최근 한 달 사이 급변했다"고 짚었다.
미국 경제의 둔화 시그널이 늘어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긴축 종료 전망은 강해지고 있다. 이번 주 발표된 11월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민간고용이 10만3000건 늘어나며 예상치(13만1000건)와 전월치(10만6000건)를 하회했다. 미국 3분기 단위노동비용도 전 분기 대비 1.2% 감소하며, 서비스업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10월 민간기업 구인 건수(873만건)는 2021년 3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금리 인하 기대에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완화됐다. Ice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미국 투자등급의 회사채 평균 금리는 5.52%로 7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정크본드 금리도 7월 이후 최저 수준인 8.4% 미만으로 떨어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자료에 따르면 투자등급 회사채와 미 국채의 신용 스프레드(수익률 차이)는 1.12%포인트로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좁혀지는 등 회사채 투자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회사채 발행 수요가 급증한 것이 고금리 장기화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긴축 종료와 금리 인하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일각에서는 물가와 고용 등 금리 환경 변화로 회사채 발행 금리가 다시 치솟기 전에 자금조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외신들은 "인플레이션과 민간고용 등 예상치 못한 지표 변화나 기타 변수로 인해 떨어지고 있는 국채 금리가 다시 반등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5%대를 넘나들던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오전 8시 30분 기준 연 4.145%로, 4.2% 밑으로 떨어졌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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