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脫중국 안간힘...배터리도 '메이드 인 인디아'

"신작 아이폰16 배터리도 인도 내 제조 추진"

애플이 아이폰 배터리의 주력 생산 기지를 인도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미·중 갈등의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탈중국 전략에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준비 중인 신작 ‘아이폰16’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인도 공장에서 제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애플은 배터리 협력업체들에 아이폰16용 배터리를 인도 내 생산시설에서 조달하겠다고 알렸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아이폰 배터리 공급업체인 더사이 오브 차이나는 인도 내 신규 공장을 건설해달라는 구체적인 제안서를 받았고, 또 다른 공급업체인 대만의 심플로는 인도 내 생산 시설을 확대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애플 측 관계자는 "아이폰16용 배터리 공급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인도 내 아이폰 배터리 생산 물량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근 인도 정부는 애플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일본 전자부품업체 TDK가 현지에 아이폰용 배터리 생산시설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TDK의 인도 내 공장은 2025년부터 남부 하리아나주 마네사르에 180에이커(22만평) 규모로 들어선다. 라지브 칸드라세카 인도 전자정보통신부 장관은 "애플과 TDK가 인도의 전자산업 생태계 육성 목표를 달성시킬 것"이라고 환영했다.

최근 중국에서 인건비 상승, 중국 정부의 기술 이전 압박, 미·중 전략 경쟁에 따른 각종 경영환경 리스크가 드러나면서 애플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특히 애플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미·중 무역분쟁에서도 중국 내 생산을 고집해 왔으나, 바이든 행정부에서 대중 관세 리스크가 가시화되자 탈중국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중국의 봉쇄정책으로 공급망이 크게 무너진 것도 탈중국 이유로 꼽힌다. 애플 아이폰 최대 생산 기지인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폭스콘 공장에서 당국의 봉쇄 정책, 처우 불만 시위 등이 한꺼번에 폭발하자, 지난해 말부터 수개월간 아이폰 생산에 극심한 차질이 빚어졌다. 이후 애플은 인도와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등지로 생산기지를 다변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아이폰14 모델을 시작으로 올해 아이폰 15도 일부 생산라인도 인도에서 가동 중이다.

다만 외신들은 인도가 중국과의 협력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애플의 생산기지 탈중국화가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6월 중국·인도 간 국경 충돌 이후 인도 정부는 중국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규제에 나섰다. 현재 중국 기업이 인도 내 생산 공장을 세우기 위해서는 인도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앞서 중국 럭스쉐어의 경우 애플의 탈중국 기조에 맞춰 인도에 3억3000억달러 규모의 신규 공장 설립에 나섰으나, 인도 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베트남으로 방향을 틀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