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요산업 전반에 수출회복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세부 전망은 업종별로 희비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0개 주요 업종별 협·단체 등과 함께 '2024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를 실시해 7일 발표했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맑음’, 반도체·자동차·조선·기계·디스플레이 업종은 '구름조금', 철강·석유화학·이차전지 분야는 '흐림', 건설업종은 '비'로 예보됐다. 이 조사는 내년도 긍·부정 요인을 종합 분석해 기상도로 표현했다. 맑음(매우 좋음), 구름조금(좋음), 흐림(어려움), 비(매우 어려움)순이다.
제약·바이오 분야, 신약 후보물질 개발 증가…반도체·차 수출 회복세 기대
신약 파이프라인(신약을 도출해내는 후보물질) 개발의 빠른 증가세와 함께 제약바이오업종은 ‘맑음’으로 예보됐다. 현재 국내에서 1800여개 이상의 신약 후보물질이 개발 중이며, 기업들의 공격적 R&D투자와 함께 2024년 신약 후보물질 또한 증가세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의 신약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FDA승인을 받는 한국 신약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 출범, K-바이오 백신 펀드 결성, 한국형 ARPA-H 추진 등 정부의 산업육성 기조가 강화되면서 제약바이오업종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기계, 디스플레이 등은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모두 ‘구름조금’으로 예보됐다.
반도체산업은 업황 개선이 뚜렷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산업 전문기관들은 새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모바일·서버 등 IT 전방 수요 회복으로 올해 대비 13.9%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반도체 공급기업들의 감산·수급조절 노력에 따른 메모리 단가 상승에 힘입어 내년 수출이 금년 대비 15% 내외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반도체산업협회는 현재 주요국들이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인센티브를 쏟아내는 상항에서 국내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필수 인프라 구축 지원 등 지속적인 정책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자동차업종의 경우, 미국, 유럽 등 주요시장의 수요 정상화와 하반기 금리 인하로 인한 소비심리 회복 등으로 수출은 올해 대비 1.9% 증가한 275만대 수준으로 전망된다. 또한, 친환경차, SUV 등 고가 차량 수출 증가도 수출액 상승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의 전기차 저가 공세와 일본의 하이브리드차(HEV) 선전은 국내 자동차업계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부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수의 경우, 전년도 반도체 공급 개선에 따른 역기저효과와 경기부진으로 인한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올해 대비 1.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은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해 LNG(액화천연가스)선 등 친환경선박의 추가발주가 호재요인으로 꼽혔다. 올 11월 기준 전세계 친환경선박 발주량 중 45.3%가 한국 수주이며, 2년 새 LNG선 발주량이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친환경선박의 경쟁력이 인정받고 있다. 다만,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해운시황의 더딘 개선 등이 하방리스크로 꼽힌다.
철강·석유화학은 공급과잉 우려로, 이차전지는 수요위축 우려로 ‘흐림’
새해에도 국내 전방산업의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중국산 철강의 국내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어 내년도 철강산업은 ‘흐림’으로 전망됐다. 중국은 세계 철강 생산량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자국의 수요 둔화로 적극적인 해외수출이 이루어졌다. 우리 국내시장 유입도 확대되어 2023년 기준(1~10월) 전년대비 중국산 수입이 34.6% 급증했다. 또한, 가장 큰 수요산업인 건설의 경기침체 등 전방산업 부진에 따른 국내 수요 정체와 높은 수요성장이 예상되는 인도, 아세안 지역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경쟁국들의 수출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어 수출시장의 경쟁 심화가 우려된다.
석유화학업종 또한 ‘흐림’으로 예보됐다. 중국 중심의 공급과잉 지속으로 인해 글로벌 에틸렌 공급과잉 규모는 최근 10년간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에틸렌은 유화산업의 ‘쌀’로 불리는 기초원료다. 에틸렌을 다시 가공해 페트병, 타이어, 플라스틱 등을 제조한다. 2023년 글로벌 에틸렌 생산설비 규모는 2013년 대비 50% 증가한 2.3억t으로 예상된다. 이는 특히 중국이 최근 4~5년간 자급률 상향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결과이다. 국제유가 상승 및 국내 생산시설 가동 정상화는 긍정 요인이지만, 여전히 공급과잉과 경제성장률 둔화로 인해 극적인 업황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높은 성장세를 시현한 이차전지 분야는 ‘흐림’으로 전망됐다. 고금리 기조와 경기침체,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전기차 가격, 국내외 전기차 보조금 폐지·축소 움직임 등이 결합돼 전기차 수요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포드, GM,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전기차 투자계획을 철회·연기하고 있다. 메탈가격 하락으로 인한 배터리 가격 하락은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이것이 전기차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다시금 수요 증가를 견인하는 등 긍정적 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박사는 “최근 우려되는 중국 내 배터리 공급과잉 역시 직간접적으로 배터리 가격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배터리 가격 하락이 전기차 수요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더라도 LFP배터리를 사용하는 보급형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더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우리 기업들의 전략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건설산업은 ‘비’로 예보됐다. 부동산 가격하락에 따른 건설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특히 민간 건축을 중심으로 수주실적 감소가 예상된다. 실제로 경기 선행 지표인 건설수주액이 올해 9월까지 전년동기대비 26%가량 감소했다. 대한건설협회는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면서 건설금융 비용부담이 증가했고, 부동산 PF 자금 유동성 경색에 따라 공사비 조달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건설산업의 부진을 예상했다. 다만 내년도 주요 SOC 예산 증가에 따라 공공부문 공사 수주가 확대되면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주요산업 전반에 수출회복 흐름이 예상되긴 하나, 중국의 생산능력 향상과 주요국의 자국산업 보호 노력에 따라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의 R&D(연구개발)·혁신 노력과 더불어 민간부문의 회복 모멘텀 강화를 위한 규제완화·투자보조금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