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국회의원 후보자 선출의 결정적 변수
당심 좌우하는 유력 정치인 ‘네임 마케팅’
22대 총선, 누구 이름 활용해야 경선 이길까
내년 4월10일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유권자들이 거리의 선거 벽보에서 보게 될 후보자 포스터에 이름을 올리기 위한 관문. 당내 후보 경선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식 후보자등록은 내년 3월21일 시작한다. 그러나 주요 정당의 후보자 공천은 사실상 1~2월에 결론이 난다. 후보자 경선을 통과하지 못하면 총선 승리는 꿈을 꿀 수도 없다. 무소속 출마는 경선에 참여하지 않을 때 가능한 선택지다.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정당에서 국회의원을 꿈꾸는 이들은 올겨울 최대 관심사가 자기의 후보자 공천이다. 그렇다면 어떤 인물이 당내 경선을 통과하게 될까. 후보자의 자질이 뛰어나고 정책 수행 능력이 검증되고 도덕성을 겸비한다면 플러스 점수를 받게 될까.
이론적으로는 그러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아무리 자기 능력이 출중해도 거대한 바람 앞에 서면 흔들리는 갈대일 뿐이다. 총선은 물론이고, 당내 경선에서도 판세를 가르는 이른바 ‘치트키’가 존재한다. 이는 후보자 개인의 능력과 무관한 변수다.
그의 이름만 하나 걸치면 마법처럼 당내 경선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방법. 해당 총선에서 당심을 가르는 유력 정치인의 후광 효과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유권자들은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그 많은 정치인의 이력을 다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제한된 조건 속에서 자기 장점을 돋보이고자 노력한다. 가장 널리 활용하는 방법은 ○○○ 정치인과의 인연이나 친분이다. 주요 선거에서 이른바 ‘네이밍 마케팅’으로 확실한 효과가 증명된 인물은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후보자들은 당내 경선을 위한 여론조사에서 자기의 직책을 밝힌다. 현직을 넣을 수도 있고, 전직을 넣을 수도 있다. 자기를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여론조사 경선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에서는 노무현 마케팅의 효과가 컸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실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관이나 행정관 등 공식 직책을 맡았다면 효과 만점이다. 그런 공직 기록이 없다면 노무현 재단의 직책도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당내 경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해 어떤 직책이 있는 후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해 어떤 직책을 역임한 후보가 맞붙는다면 높은 확률로 노무현 전 대통령 쪽 직책을 강조한 후보 쪽이 승리했다.
현재의 국민의힘 쪽에서는 박근혜 마케팅 효과가 좋았다. 총선 과정에서 누가 진짜 친박이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질 정도였다. 보수정당의 텃밭인 영남권 후보들은 저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자기소개로 유권자의 표심을 이끌고자 했다.
특정 정치인 이름이 총선 경선 국면에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은 당시 정치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당 정치인이 현역으로 뛰지 않더라도 효과는 이어질 수 있다.
네이밍 마케팅이 효과를 볼수록 선거를 준비하는 정당의 고민도 커진다. 특정인과의 인연을 후보자 소개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기도 한다. 유력 정치인 연상 효과를 토대로 당내 경선의 표심이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공천받는 게 지상과제인 후보자 입장에서는 네이밍 마케팅에 대한 유혹을 떨칠 수 없다.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이를 활용하고자 노력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내년 4월 제22대 총선에서는 어떤 정치인의 네이밍 마케팅이 효과를 보게 될까. 여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관련 인연을 강조하는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까.
아니면 박근혜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 관련 인연을 강조하는 후보가 유리할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준석 전 대표 등 전·현직 당 대표와 인연이 있는 후보들은 당내 경선에서 어떻게 될까.
야권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후보가 제22대 총선에서 효과를 보게 될까. 아니면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인연을 강조하는 후보가 유리할까.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중에서는 어떤 인물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총선 후보가 후광 효과를 누리게 될까.
여야 총선 후보들이 자기 직책을 소개할 때 가장 많이 언급하는 정치인이 누구인지 눈여겨본다면 당심의 대세가 어느 쪽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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