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스타트업 열풍 후 대거 입성
성과 내는 데 실패
주가 1달러 미만에 거래
미국의 기술주 중심 증권거래 시장인 나스닥에서 1달러 미만에 거래되는 '동전주'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첨단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 열풍으로 인해 나스닥에 입성한 업체들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동전주로 전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나스닥 상장사 중 464개사의 주식이 지난 1일 기준으로 주당 1달러 미만에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2021년 7월 나스닥 상장사 중 주가가 1달러 미만인 회사는 2개에 불과했으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WSJ는 수년 전 첨단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 열풍으로 인해 나스닥에 입성한 업체들이 성과를 내는 데 실패하면서 동전주가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문제의 업체들은 대부분 지난 2020년 무렵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의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우회상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업체들은 나스닥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 다만 상장 취소 결정이 확정될 때까지 해당 기업의 이의제기 등의 과정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동전주 전락 이후 최소 1년간 나스닥에서 거래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나스닥은 주가가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진 기업의 상장을 취소하고 퇴출할 수 있다. 일단 30일 이상 주가가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면 1차 경고를 받고 시정 기간으로 180일이 주어진다. 다만 180일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대부분 180일간의 추가 시정 기간을 받을 수 있다. 이후에는 청문회까지 신청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주가가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진 기업들도 최소 1년 이상 나스닥에서 거래될 수 있다는 것이 WSJ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으로 일반 투자자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가 1달러 미만 떨어졌다는 것은 해당 기업의 사업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방증이지만,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세계적인 우량기업이 거래되는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이라는 사실로 인해, 투자자를 오도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1달러 미만의 동전주들은 나스닥과 같은 증권거래 시장이 아닌 장외거래소(OTC)에서 거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출신인 릭 플레밍은 "증권거래 시장은 투자자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제대로 된 회사만 상장되도록 심사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며 "기준에 미달하는 회사가 많다는 것은 시장 자체에 대한 신뢰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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