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이르면 4일 7개 부처 이상 개각 단행
총선 출마 장관들에 길 열어주며 전문가로 교체
정권 중후반부, 정치적 능력보다 정책적 능력 우선
경제라인 모두 정통 관료… 집권 3년차 속도전 기대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대규모 개각을 단행한다. 내각 쇄신을 통해 집권 3년 차 민생 중심 정책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권 중반부로 접어든 만큼 부처 수장들의 정치적 능력보다 정책적 능력이 더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판단으로도 읽힌다. 내년 총선에 출마할 장관들의 길을 자연스럽게 열어주며 빈자리는 관료나 교수 등 전문가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오후 예정된 개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부처는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중소벤처기업부·해양수산부·농림축산식품부·고용노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최소 7곳이다. 모두 총선 차출설에 거론되는 장관들로 이중 추경호 기재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 이영 중기부 장관, 조승환 해수부 장관 등 4명은 사실상 출마가 확정됐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과 이정식 고용부 장관의 차출설도 꾸준하다. 윤 정부 운명이 걸린 내년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경쟁력 높은 장관들을 대거 선봉에 앞세운 교체다.
새 내각은 ‘전문가’로 채우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현재 거론되는 새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내정한 게 대표적이다. 정부의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신임 국토부 장관, 핵심 경제 라인 중 하나인 새 금융위원장에 거론되는 박상우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과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모두 정통 관료로 분류된다.
‘국면 전환용 인사는 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엑스포 유치 실패에 맞춘 조기 개편·개각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총선 분위기에 맞춰 개각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총선 결과라는 변수와는 별개로 정권 초반부에 수립된 정책들을 반영하고 보완하는 작업들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점"이라며 이번 개편·개각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맞춰 대통령실은 집권 3년부터는 정책 추진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책실장실을 새로 만들고 각 수석들을 재배치한 것도 정책적인 측면에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정책실을 중심으로 각 수석실과 부처 간의 민첩한 정책 대응 판단도 기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개각을 앞두고 전날 늦은 밤까지 참모들과 인사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도 이같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현재로서는 우선 교체될 장관들의 후임은 모두 내외부의 '전문성'을 검증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정부 중후반부의 경제 정책을 책임질 '키맨'인 최 전 수석의 경우 기재부에서 금융정책과장과 경제정책국장 등 요직을 거친 후 박근혜 정부에서는 경제금융비서관에 이어 1차관까지 지내며 거시경제는 물론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다.
신임 국토부 장관으로 유력한 박상우 전 LH 사장도 마찬가지다. 국토부 건설정책관·국토정책국장·주택토지실장·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인사로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을 총괄했던 이력도 높이 평가됐다. 박 전 사장이 유력 후보군에 오른 배경에는 "국토부 현안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내부관료 출신 장관이 필요하다"는 관련 업계의 목소리가 대거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핵심 경제 라인 중 하나인 금융위원장의 후속 인사도 전문성에 맞춰졌다.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손 이사장은 금융위와 기재부를 거친 정통 관료 출신으로 자본시장 감각과 실무 노하우가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머지 중기부, 해수부 등의 유력 후임 인사들 역시 정통 관료로 분류된다. 새 해수부 장관으로 거론되는 송상근 전 차관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사 36회로 해운항만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30년 가까이 해양과 수산 분야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정황근 농림부 장관 후임으로 지목된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농촌 지역개발사업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불린다. 최근까지도 인구감소 시대, 농촌 삶의 질 향상 정책 개선방안 연구에서 독보적인 결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법무부의 경우 윤 대통령의 내주 네덜란드 순방 이후에나 교체가 검토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장관의 총선 출마가 유력해 연말·연초 원포인트 인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 길태기·박성재 전 서울고검장이 검증 대상이다. 법무부 장관 후보군인 김홍일 위원장의 경우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임 방통위원장 후보로도 하마평에 올랐다. 또한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 등 언론인 출신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차관급 중에서는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경기 오산 출마나 비례대표로 총선을 치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영표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후임 검증 절차를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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