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서 금지된 국가 두곳뿐
지나친 규제, 기업혁신만 막아
이광호 유통경제부장
코로나19 이후 홈술(집에서 먹는 술), 혼술(혼자 먹는 술) 문화의 증가와 함께 식품부터 생필품까지 온라인 주문이 늘어나면서, 주류 산업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법상 주류는 막걸리 등 지역주, 전통주만 온라인·통신 판매가 가능한데, 이를 소주, 맥주, 와인, 위스키 등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주류의 온라인·통신 판매를 금지한 국가는 한국과 폴란드 두 나라뿐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앨라배마와 유타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 및 특별 구에서 와인에 대한 온라인·통신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18개 주 및 특별 구에서는 와인 외 기타 주류에 대해서도 허용한다. 영국, 프랑스, 스웨덴, 스위스, 핀란드,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 10개국은 와인, 맥주, 증류주 등의 주류를 온라인·통신으로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는 ‘2023년도 백서’를 통해 "한국의 주류 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창의적 활동을 저해할 뿐 아니라 수출할 수 있는 잠정적 기회를 잃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주류소매면허자에게 전자상거래를 허용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관련 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조언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컨설팅 업체 인사이트에이스 애널리틱(InsightAce Analytic)은 현재 약 22조원에 달하는 세계 주류 전자상거래 시장 가치가 2030년에는 약 37조원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온라인·통신 주류 매출이 가장 빠르게 성장할 시장으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을 꼽았다.
그러나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주류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편익 증대는 중요하지만, 국민 건강 및 청소년 주류 문제 등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는 주류의 온라인·통신 판매를 허용하면 음주에 따른 사망률과 미성년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통계청의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알코올 관련 사망자는 503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년도보다 105명 늘어난 수준이다. 또 온라인·통신 판매의 경우 성인 인증을 거친다 해도 실제 구매자에 대한 확인이 거의 불가능해 청소년의 술 구입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반면 국세청은 이달 초 ‘해외 각국의 주류 온라인·통신 판매 현황 및 기타 규제사항 연구’에 대한 용역을 발주해 온라인·통신 판매의 확대 가능성을 검토하고 보완책을 마련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 다만 국세청은 주류 온라인·통신 판매에 대한 해외 사례를 수집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며,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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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유지된 세제나 주류 구매 환경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부를 비롯해 각 사업 주체들이 어느 정도의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앞으로 다가올 더 큰 변화를 예측하고, 슬기롭게 대비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구 감소와 음주량 감소 등의 흐름을 고려해 지속적인 혁신과 대응이 필요하다. 이는 주류 산업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고 성공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제이다.
이광호 유통경제부장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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