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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늙은 곰과 젊은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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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늙은 곰과 젊은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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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단에 재주를 잘 넘는 곰이 있었다. 곰의 몸짓 하나하나에 관객들이 환호했다. 서커스단장은 곰을 총애했다. 마을 전체가 곰의 재주 덕에 먹고살았다. 먹이는 적게 먹고, 재주는 뛰어났다. 세월이 흘러 곰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몸집만 커져 먹이는 더 먹었다. 그 사이 옆 동네에 응용 동작까지 하는 젊은 곰이 나타났다. 서커스단장은 새로운 곰에 러브콜을 보냈다. 이제 늙은 곰의 묵은 재주는 쓸모가 없었다.'


제조 대기업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한 원로 기업인이 최근 사모펀드 대표를 만나 들려준 이야기다. 늙은 곰은 한국, 젊은 곰은 신흥국, 서커스단장은 미국을 가리킨다. 역동성이 현저히 떨어진 한국 제조업의 현주소를 서커스단의 늙은 곰에 빗대 말했다. 경쟁자가 늘어났을 뿐 아니라 인력, 장비, 기술, 심지어 기업가 정신도 노후했다. 산업 경쟁력은 떨어졌지만 그동안의 자본 축적으로 회장님들의 삶은 안락해졌다. 이들의 2~3세들은 선대가 맨땅에서 일으킨 제조업에는 관심이 없다. 팬시(Fancy)해 보이는 업종을 기웃거린다. 인수합병(M&A)도 마찬가지다.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보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생뚱맞은 업종을 고르곤 한다.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은 이제 후퇴할 일만 남은 것인가.


'기업의 재탄생(rebirth)'이 필요한 시기다. 용솟음치는 산업의 역동적 힘이 서서히 약해질 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27년간 금융사 CEO를 지내고 최근 한발 물러난 한 자본시장 원로의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는 지금이 바로 '자본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그가 말한 요지는 이렇다. 인적·산업 구조적 세대교체를 겪고 있는 한국 제조업에 자본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바뀜 과정에서 외국계 전략적투자자(SI)나 펀드가 무차별적으로 난입해 한국 제조업의 핵심 기술이 해외로 대량 유출되거나, 주요 기업이 맥없이 쓰러지지 않도록 말이다.


시장이 작아 수출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 산업 구조에서 수십 년 갈고 닦아온 제조업 경쟁력은 절대 버릴 수 없는 핵심 자산이다. 노후한 산업에 자본이 더해져 긴장감과 효율성을 증대시켜 경제·사회적 이익을 키우는 방향으로 기업의 재탄생을 유도할 수 있다. 1~2세대 경영자의 기업가정신이 생명력을 다했을 때, 자본과 수익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펀드가 산업을 다시 움직이는 '젊은 피'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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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늙은 산업'에 투입될 '활력 자본'은 과거 자본과 달라야 한다. '도덕적해이'나 '기업사냥꾼' 꼬리표를 단 자본은 경계해야 한다. 대규모 자본을 끌어모아 노후한 기업·제조업을 쇄신할 경영권 인수(buy-out) 펀드의 투자활동은 미래 국가 산업구조까지도 내다볼 수 있는 혜안과 역량이 필요하다. 돈에 꼬리표는 없어도 '머리(미래 전략)'와 '심장(도덕적 책임)'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다. 미래 전략상 처분해야 하는 대기업 사업부를 펀드가 받아주기도 하고, 몸값이 비싸 매각이 쉽지 않은 매물은 기업과 펀드가 연합해서 인수할 수도 있다. 세컨더리 시장을 통해 펀드끼리 매물을 팔기도 하면서 경제의 선순환에 기여할 수 있다. 자본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기업을 인수해 경영을 효율화하고 미래 성장동력과 산업구조를 고민하며 기업가치를 높이는 자본. 경제의 새로운 혈맥을 찾을 건강한 자본의 역할이 절실하다.




박소연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mus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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