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카치위스키 비중 5년새 91.2%→68.3%
음용 경험 늘며 다양한 지역으로 소비 확대
싱글몰트 위스키 소비 늘며 고급화
국내 시장에서 오랜 시간 위스키와 동의어로 사용되던 스카치 위스키의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며 ‘위스키=스카치’ 공식이 해체되고 있다. 위스키 시장이 빠른 성장세와 함께 소비자들의 음용 경험이 늘면서 다양한 국가의 위스키에 대한 수요 역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국제주류연구기관(IWSR)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 위스키 시장 내 스코틀랜드산이 아닌 논 스카치 위스키(Non-Scotch Whisky)의 비중은 31.7%로 1년 전보다 4.2%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8.8% 수준이었던 논 스카치 위스키의 비중은 이듬해 두 자릿수로 늘었고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전체 수입액의 3분의 1 수준으로 성장했다.
논 스카치 위스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줄어든 스카치 위스키의 감소분은 대부분 블렌디드 위스키에서 발생했다. 2017년 스카치 블렌디드 위스키의 비중은 81.5%로 압도적이었지만 매년 빠르게 감소하며 지난해 절반 수준인 51.4%로 줄었다. 반면 스카치 몰트 위스키는 꾸준히 지분을 끌어올리며 같은 기간 9.7%에서 16.9%로 늘었다.
국가별 위스키 수입액을 살펴보면 이러한 경향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버번 위스키로 대표되는 미국 위스키 수입액은 2151만 달러(약 285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1599만 달러)보다 34.5% 늘었다. 같은 기간 일본 위스키는 324만 달러에서 710만 달러(약 94억원), 아일랜드 위스키는 295만 달러에서 405만 달러(약 54억원)로 각각 119.1%, 37.3% 증가했다.
반면 스코틀랜드를 포함한 영국 위스키 수입액은 1억6393만 달러(약 2170억원)로 전년 동기(1억6555만 달러) 대비 1.0% 감소했다. 절대 규모 면에선 여전히 스카치 위스키의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이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점차 다양한 국가의 위스키로 눈을 돌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스코틀랜드 쏠림 현상 완화는 국내 위스키 시장이 양적인 성장과 더불어 질적인 성숙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전까지 국내에서 스카치 위스키는 양주로 통칭되는 수입산 고도주로 단순하게 인식됐던 데 반해 최근에는 위스키 소비의 경험이 점차 늘면서 지역과 증류소별 증류와 숙성 방식 등 제조법에 따른 맛과 품질의 차이를 구분하고 즐기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 위스키 시장의 성장을 자신의 취향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소비의 다양화를 촉진하는 부분이다. 다만 스카치 위스키의 점유율 축소가 상대적으로 저가인 블렌디드 위스키의 소비 감소에 기인했을 뿐 고가인 싱글몰트 위스키는 오히려 규모가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카치 위스키에 대한 전체적인 관심이 줄었다기보다는 소비가 고급화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시장 흐름에 맞춰 수입사들도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가장 적극적인 건 페르노리카코리아다. 기존 ‘발렌타인’과 ‘시바스리갈’, ‘로얄살루트’ 등 블렌디드 위스키를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던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아벨라워’와 ‘글렌리벳’ 등 싱글몰트로 영역을 확대한 데 이어 최근에는 기존 ‘제임슨’에 이어 ‘레드브레스트’로 아이리시 위스키로도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 13일 아일랜드 위스키 ‘레드브레스트 15년’을 출시했다. 레드브레스트는 1800년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적인 제조 방식인 싱글 팟 스틸을 고수하는 브랜드다. 싱글 팟 스틸 위스키는 발아하지 않은 생보리와 몰트(발아 보리)를 혼합해 구리로 만든 단식 증류기에서 총 3회의 증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며 부드러움과 복합적 풍미가 특징이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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