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출로 고소득…커피 대신 두리안 재배
베트남 정부 "단일 판로 위험" 경고도
최근 중국에서 열대과일 두리안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커피를 재배하던 베트남 중부 고원지대 농부들이 너나없이 커피나무를 갈아엎고 두리안 재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베트남 정부는 중국 수출길이 막힐 경우 지역경제가 단숨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험을 경고했다.
11일(현지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로부스타 커피를 생산해 전 세계로 수출하던 베트남 중부 고원지대가 두리안 산지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베트남의 두리안 대규모 수출을 허가하자 소득을 늘리려는 농부들이 앞다퉈 커피 대신 두리안을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커피나무를 모두 없앤 26세 농부 베 둑 후인은 "같은 재배 면적이면 두리안이 커피보다 5배 많은 소득을 안겨준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1t, 올해 4t의 두리안을 수확해 전량 중국에 수출했다.
중국이 작년 한 해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한 두리안은 80만t이 넘는다. 특히 베트남 두리안 수출 물량의 90%가 중국으로 향했다. 글로벌 데이터업체 CEIC의 집계를 보면, 최근 몇 달간 베트남의 과일·채소 수출의 약 60%는 중국으로 들어갔다. 10년 전에는 중국 비중이 3분의 1 정도였는데 현재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두리안 외에도 용과, 바나나, 망고, 잭프루트 등이 중국이 베트남에서 많이 수입하는 과일이다.
두리안은 지독한 냄새를 지녀 호불호가 갈리는 과일이다. 그러나 달콤하고 부드러운 식감 덕에 '열대과일의 왕'으로 불린다. 다국적 과일 유통 기업 '돌 푸드(Dole Food)'에 따르면 중국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두리안 소비국이다.
두리안 재배 농부들은 중국으로 단일화한 판로에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지만 정부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베트남 농업부는 올해 초 많은 농부가 커피와 쌀과 같은 전통 작물을 버리고 두리안에 적합하지 않은 땅에 두리안을 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영 언론도 이를 두고 '무모한 두리안 재배'라고 비판했으며, 농업 전문가들 또한 중국 이외의 수출 시장을 찾는 동시에 두리안의 국내 소비를 늘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해결하기 쉽지 않다. 두리안을 수입할 나라가 몇 군데 없는 데다 비싼 가격 때문에 내국인은 두리안을 소비할 수 없어서다.
또 전문가들은 중국이라는 대형 시장에 수출할 기회가 열리면 농업 벨트 전체가 '올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지역경제가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은 노르웨이산 연어와 대만산 파인애플, 필리핀 바나나, 호주산 바닷가재의 수입을 제한한 적이 있다. 보통 오염, 해충 등 품질 문제 때문이지만 때로는 정치적 분쟁이 원인인 경우도 있었다. 중국은 2020년 호주가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한 뒤 호주산 와인에 높은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으며, 2012년 남중국해 국가 간 분쟁이 발생하자 깍지벌레가 발견됐다며 필리핀 바나나 수입을 막았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인 윤순은 "중국은 자국의 경제 규모를 이용해 언제든 무역으로 수출국을 벌 줄 수 있다"면서 "중국에 판매하는 것은 기회지만 위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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