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공개(IPO) 공모금액이 호황기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당분간 IPO 시장의 회복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31일(현지시간) 미국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 IPO 공모금액은 10월 말 기준 190억달러(약 26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10년 연간 평균치(590억달러)의 약 32%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IPO 시장은 20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한 지난해보다는 나은 수준이지만, 호황기 시절로 되돌아가긴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경기 부양을 위해 각국 정부가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미 IPO 규모는 2021년 사상 최대 호황을 기록했다. 전통적인 IPO 외에도 스펙(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의 합병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이 IPO 활황을 주도했고, 개인 투자자들도 시세 차익이 높은 스펙 투자에 대거 참여했다. 그러나 팬데믹이 끝나고 고금리 시대가 펼쳐지면서 유동성이 빠르게 메마르기 시작했고 투자심리도 위축됐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IPO 불황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마지막 대어급으로 꼽히던 의료 플랫폼 기업 웨이스타는 상장 계획을 돌연 연기했다. 지난 1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나스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웨이스타는 이달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에 나서려 했다. WSJ은 "웨이스타의 IPO 연기는 최근 2년 새 하락세가 이어진 IPO 시장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짚었다.
앞서 지난달 나란히 나스닥 증시에 상장한 영국 반도체 설계전문기업 ARM과 미국 최대 식료품 배달업체 인스타카트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이들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각각 49.29달러, 24.63달러로 공모가(ARM 51달러, 인스타카트 3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1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독일 유명 샌들 브랜드인 버켄스탁은 거래 첫날 주가가 12% 폭락하는 이변을 보였다.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버켄스탁의 시초가 대비 하락 폭은 최근 2년간 상장한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업체 가운데 최악의 성적이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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