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26일(현지시간) 주요 빅테크들의 실적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장 초반 일제히 하락세다. 예상을 훨씬 웃돈 강력한 미 3분기 국내총생산(GDP) 등도 투심에 긍정적인 여파로 작용하지 못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이날 오전 10시10분께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2.56포인트(0.19%) 낮은 3만2973선에 움직이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27.85포인트(0.67%) 떨어진 4158선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48.42포인트(1.16%) 하락한 1만2672선을 기록 중이다. 나스닥지수는 전날 고점 대비 10%이상 하락하며 기술적 조정영역에 진입한 상황이다.
현재 S&P500에서 통신, 임의소비재, 에너지, 기술, 헬스 관련주는 하락하고, 부동산, 유틸리티, 소재 관련주는 상승 중이다. 전날 9%대 급락한 구글 알파벳은 이날도 3%대 낙폭을 기록 중이다. 장 마감후 실적 발표를 앞둔 아마존은 2%대 하락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테슬라, 엔비디아 등 주요 기술주들도 나란히 1~2%대 약세다. 장난감 제조기업 해스브로는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에 10%이상 급락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도 2%이상 밀렸다.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 결과, 국채 금리 움직임과 함께 이날 공개된 GDP,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등 경제지표를 주시하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강력한 빅테크 실적이 이번주 뉴욕증시 투심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예상에 부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구글 알파벳은 예상을 웃도는 매출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성장 둔화로 주가가 연일 급락 중이고, 전날 장 마감후 실적을 내놓은 메타 역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리얼리티랩 부문의 영업손실에 대한 우려가 고스란히 주가 하락세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장 마감 후에는 아마존이 실적을 내놓는다.
이 가운데 경제지표는 강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 또한 시장 분위기를 바꾸지는 못했다. 오히려 예상을 웃도는 강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연방준비제도(Fed)가 더 높은 수준의 금리를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날 공개된 미국의 3분기 GDP 증가율은 4.9%로 시장 전망을 훨씬 웃돌았다. 이는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금리, 고물가 상황에서도 소비자들이 지출을 이어가며 전기(2.1%) 대비 급등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4.3%),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망치(4.7%)도 모두 상회한다. 이와 함께 9월 내구재 수주 실적은 전월 대비 4.7% 늘어난 2972억달러로 석달만에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날 공개된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전주 대비 1만건 늘어난 21만건으로 집계됐다. 월가 예상치를 웃돌지만 여전히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79만건으로 전주보다 6만3000건 증가했다.
해리스 파이낸셜 그룹의 제이미 콕스 매니징파트너는 "증시 실적이 이렇게 좋지 않은데도 경제성장을 이어가는 것은 어렵다"면서 "투자자들은 ZIRP(제로금리정책)가 경제성장을 허용하는 유일하는 조건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분명 잘못된 가정"이라고 평가했다. 이토로의 캘리 콕스 주식 전략가는 "미 경제는 지난 분기에 놀라울 정도의 회복력을 보여줬다"며 "침체에 빠졌다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4.9%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30년물 금리는 5.06%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5.06%선을 나타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0.3%가량 오른 106.8선을 기록 중이다. 이는 106.974를 찍은 지난 10월6일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다음날에는 Fed가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등도 공개된다. 9월 PCE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4% 상승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11월 금리 동결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오는 10월31일~11월1일 열리는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5.25~5.5%에서 동결할 가능성을 98%이상 반영 중이다. 지난주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추가 인상이 아닌,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2% 가까이 확인된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과 별개로, 당장 금리 인상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는 이날 통화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10연속 금리 인상 이후 첫 동결 결정이다.
유럽증시는 하락중이다. 독일 DAX지수는 1.2% 낙폭을 기록 중이다. 프랑스 CAC지수와 영국 FTSE지수는 각각 0.48%, 0.84% 떨어진 수준에 움직이고 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