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최초 버추얼 아이돌 이터니티
이달 14~15일에 단독 콘서트
엔터사 아닌 그래픽 기업이 론칭
K팝 최초로 버추얼 아이돌이 단독 콘서트를 연다. 주인공은 AI(인공지능) 그래픽 전문기업이 만든 11인조 걸그룹 '이터니티'다. 이터니티는 이달 14~15일 경기도 광명의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하루에 한번씩 총 2차례 콘서트를 진행한다. 버추얼 아이돌이 음악방송이나 행사에 종종 출연한 적은 있으나 장시간 단독 콘서트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객석 규모는 1000석 내외다.
이터니티는 2021년 데뷔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버추얼 아이돌 그룹이다. '이세돌', '메이브', '플레이브' 등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버추얼 아이돌의 원조 격인 셈이다. 그야말로 K팝의 또 다른 진화다. 해외에서도 관심이다. 프랑스 AFP 통신, 중국 CGTN 등에서 이터니티를 K팝 산업의 새로운 상징으로 언급한 적이 있으며 영국 BBC는 이터니티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해 한국에 직접 오기도 했다. 당시 BBC는" 새로운 한류 주역"이라고 소개했다. 직원 20여명 남짓의 7년 차 스타트업 회사가 만든 아이돌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것이다.
딥 리얼 AI 기술 적용
펄스나인은 '딥 리얼 엔진'을 적용해 이터니티를 만들었다. 2D 기반이며 이미지 데이터 소스로 신체의 변화나 특징을 학습시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엔진이다. 20년간 K팝 스타들을 4가지 스타일로 분류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이상형 월드컵'을 진행해 가장 많이 선택받은 이미지를 데뷔 조로 뽑았다. 이상형 월드컵이란 토너먼트 방식으로 자신이 더 선호하는 것을 골라 최종 승자를 가리는 콘텐츠다.
2021년 데뷔 당시 반응은 좋지 않았다. 버추얼 아이돌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봐도 흔하지 않은 시기였던 데다가 아이돌 전문 엔터사가 아니었기에 '아마추어' 같은 모습을 보였다. 1집 당시 뮤직비디오를 보면 정면만 보고 움직인다. '유치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2집 퀄리티가 확 달라지자 '혹평'이 '호평'으로 변했다. 진짜 아이돌의 뮤비처럼 그럴듯하게 바뀐 덕분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도 좋은 반응을 불러왔다고 한다. 당시 수천개가 넘는 유튜브 댓글에 직원들이 일일이 답글을 달았다. 최신 4집의 뮤비 'DTDTGMGN'의 조회 수는 650만에 달한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조회 수가 90% 이상이다. 팬 커뮤니티도 독특하다. '디스코드'를 활용하고 있다. 디스코드란 음성채팅, 화상채팅, 화면 공유 등의 기능을 담고 있는 메신저다. 디스코드 이용자는 버추얼 스트리머나 아이돌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버추얼 아이돌, 현실 속 확장 무대 넓힌다
펄스나인을 이끄는 '선장'은 박지은 대표다. 네이버 해피빈과 CJ ENM에서 마케팅을 했던 그녀는 2017년 이 회사를 창업했다. 딥러닝에 대한 호기심으로 관련 대학원(서울과학종합원대학원대학교)도 다녔으며 사업체까지 꾸린 것이다. 처음엔 예술작품 위주의 이미지를 만들다가 가상 인간의 얼굴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끌어올렸고, 이참에 K팝 스타를 제작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이터니티가 탄생했다고 한다. 마케팅 전문가였던 점이 이터니티 홍보에 큰 역할을 했다. 이터니티는 SBS 모닝와이드에서 주기적으로 뉴스 브리핑 한 꼭지를 맡아 진행했으며 아리랑TV에서 '보이는 라디오'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오프라인 활동은 국내 버추얼 아이돌로는 모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이돌을 포함한 버추얼 휴먼 시장은 2020년 약 14조에서 2030년 약 688조원 규모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펄스나인은 파트너사와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이터니티의 IP(지식재산권)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올 11월 발매될 첫 정규 앨범에 '히트곡 제조기' 김형석 작곡가가 리메이크한 고(故) 김광석의 '사랑이라는 이유로'가 담겼다. 콘서트뿐만 아니라 MD(merchandise·기획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일반 아이돌이나 다름없는 행보다. 또한 이달 말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 주관 '실감콘텐츠페스티벌'에도 참가해 스웨덴과 영국에서 K팝 버추얼 아이돌을 알릴 계획이다. 실탄 확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콘진원 사업을 따내고 카카오게임즈 계열사 '넵튠'으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박지은 펄스나인 대표는 "이번 콘서트에서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미디어 아트와 라이트(Beam)의 연출로, 관객들은 몰입감 넘치는 공간에서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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