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94세 치매에도 놓지 않는 붓…하이퍼리얼리즘의 대가 [일본人사이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08초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글자크기

치매 이후 붓 대신 색연필로 작업
최근 열린 개인전 성황리에 마쳐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데, 94세 나이에도 붓을 놓지 못하는 화가가 있습니다. 치매에 걸려 자택에 요양 중이면서도 작품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뜨거운데요.


일본의 하이퍼리얼리즘 화풍의 대가로 불리는 우에다 카오루씨는 얼마 전 다카마쓰시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어 주목받았습니다. 특히 그는 이번 개인전에서 치매를 앓으면서 스케치북에 그린 작품 30점을 함께 전시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오늘은 일본 미술 교과서에 등장하는 유명 화가, 우에다 카오루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94세 치매에도 놓지 않는 붓…하이퍼리얼리즘의 대가 [일본人사이드] 그림을 그리는 우에다 카오루씨.(사진출처=우에다 카오루 홈페이지)
AD

1928년생인 우에다씨는 스푼 위 젤리, 흘러나오는 날달걀 등을 마치 사진으로 찍은 듯이 세밀하게 구현하는 '하이퍼리얼리즘 사조'의 대가입니다. 사진과 비교가 안 되는 정교한 그림이 특징인데요. 그의 작품은 일본 미술 교과서에도 자주 등장하곤 하죠.


그는 1954년 도쿄예술대학에 진학해 유화를 전공하고, 이후 추상화와 디자인 등의 작업을 거쳐 1970년대부터 하이퍼리얼리즘을 구현하게 됩니다. 제7회 재팬 아트 페스티벌에 입선하면서 본격적으로 미술계에 이름을 알리게 되죠. 멕시코 국립근대미술관도 그의 작품을 사들이는 등, 해외에도 점차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합니다.



94세 치매에도 놓지 않는 붓…하이퍼리얼리즘의 대가 [일본人사이드] 우에다 카오루씨의 대표작 '날달걀A'가 들어간 전시 포스터.(사진출처=우에다 카오루 홈페이지)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일평생을 보낸 그는 2020년 11월 심장 수술을 받으면서 점차 신체의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심장 수술 후 입원 중 치매 증상이 나타나게 됐는데요. 치매로 지금까지 그가 보여줬던 정교한 표현을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지금은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대화가 가능한 정도로, 일각에서도 그의 예술세계는 이제 끝난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하지만 그는 색연필 등으로 소박한 화풍의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요. 하이퍼리얼리즘 사조 구현의 계기가 된 소라게 등은 도감이나 실물을 보고 그리는데, 아직도 사실적인 표현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그의 배우자는 "치매로 모든 것이 망가지는 것이 아니다.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아사히신문에 대신 인터뷰를 전하기도 했는데요.


94세 치매에도 놓지 않는 붓…하이퍼리얼리즘의 대가 [일본人사이드] 우에다 카오루씨의 색연필 그림.(사진출처=우에다 카오루 유튜브)

오히려 지난 18일까지 열린 개인전에 전시된 그의 색연필 작품들은 "역시 화가는 붓을 놓지 않는다"며 그의 계속된 작품활동에 감동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아사히는 "우에다씨의 새로운 리얼리즘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94세 치매에도 놓지 않는 붓…하이퍼리얼리즘의 대가 [일본人사이드] 아내와 그림을 그리는 중인 우에다씨.(사진출처=우에다 카오루 유튜브)

그의 유튜브 채널에는 아내와 함께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영상이 업로드돼있는데, 불편한 몸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작품활동을 하는 모습에 감동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94세, 치매와 좋지 않은 심장이라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예술혼을 불태우는 그의 모습은 나이는 정말로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