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개선안 발표
자본시장법 조문 신설 추진…과징금 제도 실효성 높일 수 있어
금융위원회가 주가조작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혐의자의 계좌를 동결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자산동결 제도가 도입되면 이달 입법예고되는 주가조작 과징금 제도의 실효성도 강화할 수 있다. 3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신속한 행정제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는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남부지검·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 4개 기관과 이런 내용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개선 방안은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출범 10주년을 기념해 자본시장 불법행위 조사 과정에서 기관 간 협업체계를 대폭 강화하기 위해 논의됐다.
자산동결은 검찰 등 수사기관의 권한이다. 금융위는 '자산동결 제도' 도입과 관련해 법무부와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불공정거래 조사 때 금융당국에 수사기관의 권한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영국·호주 등의 금융당국은 자산동결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에서는 미등록 금투업자의 영업행위 금지를 위해 제한적으로 자산동결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과징금 제도와 부당이득 산정 방식 법제화가 내년 초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혐의 계좌를 동결 조치하는 방안에 대해 관계 기관과 함께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불공정거래 조사 과정에서 자산동결 권한을 가지려면 자본시장법 내 법 조문을 신설해야 한다. 금융위는 법무부와 세부 사항을 논의한 뒤 법 개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법안 발의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용역부터 공청회, 법안 발의, 법안심사 등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자산동결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배경은 지난 4월 발생한 라덕연게이트, 6월 발생한 '5개 종목 무더기 하한가' 등 대규모 주가조작 사태 때문이다. 불공정거래 수법이 갈수록 진화하면서 기존 방식으로는 혐의 포착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현재 주가조작 대응체계를 전면 쇄신한 것이다.
개선된 불공정거래 대응체계는 금융위가 추진하고 있는 '불공정거래 근절' 정책과 일맥상통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자본시장 범죄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주가조작 사범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부당이득 산정 방식'과 행정제재 수단인 과징금 도입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금융위는 현재 법무부 등과 시행령 세부 내용을 조율 중이다. 9월 중 입법예고에 나선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산동결 제도는 중장기적으로 과징금 제도의 운영과도 연결된다"며 "주가조작 사범이 해외로 빼돌리거나 범죄에 활용한 금융회사 계좌를 동결시키면 조사를 마친 후 과징금을 부과할 때 행정제재 실효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산동결 제도 도입과 함께 언급됐던 '통신 조회'는 당장 도입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통신 조회'는 실시간으로 주가조작 사범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조회하는 권한을 말한다. 통신기록 확보 권한은 정보통신법 개정 사안이라 관련 부처와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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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금융당국이 주가조작 조사를 할 때 '통신 조회' 권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불공정거래 행위를 조사하는 동안 증거로 활용할 수 있는 통신 기록이 지워져 형사 처벌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통신자료 보관 기관은 최장 1년(365일)이다. 그러나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사건이 발생하면 사건 인지부터 증권선물위원회 의결까지 평균 1121일이 걸린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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