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백현동·돈봉투 의혹, ‘수사 의지’ 드러내
'대북송금' 의혹 수사 수원지검장 신봉수로 교체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통해 임기 2년째에 접어든 이원석 검찰총장 원톱 체제가 확고해졌다. 이 검찰총장의 동기인 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들을 모두 고검장 승진에서 제외하고, 일선 지검장에 보임하지도 않았다. 이는 임기를 1년 남긴 이 검찰총장 체제를 다지면서, 지휘 체계가 분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대검 검사(검사장)급 검사 40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오는 7일 자로 발표했다. 법무부 참모진의 인사를 최소화한 반면, 대검찰청 참모들은 이번에 검사장으로 승진한 이들로 전면 교체한 게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이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부장(검사장)들은 모두 새로운 인물로 교체됐다. 기획조정부장에 성상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30기), 형사부장에 박세현 서울고검 형사부장(29기), 마약·조직범죄부장에 박영빈 인천지검 1차장검사(30기), 공공수사부장에 박기동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30기), 공판송무부장에 정유미 천안지청장(30기), 과학수사부장에 박현준 창원지검 차장검사(30기)가 이름을 올렸다.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양석조 서울남부지검장(29)이 유일한 전보 인사다.
지난 1년 동안 비정상으로 돌아가던 검찰 업무를 정상으로 바꾸면서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대검 참모진을 교체해 분위기를 쇄신하고, ‘일하는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법무부 참모의 인사는 최소화했다. 이번 인사에서 검사장인 법무부 참모 중 교체된 인물은 법무연수원장(고검장급)으로 승진한 김석우 법무실장(사법연수원 27기)이 유일하다. 신자용 검찰국장(28기)과 권순정 기획조정실장(29기)이 유임되면서 임기 2년째에 접어든 한 장관과 계속 호흡을 맞추게 됐다. 더구나 새 법무실장에 한 장관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구상엽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30기)가 검사장으로 승진해 보임됨에 따라, 한 장관이 구상하는 법무행정 기조는 한층 더 탄력을 받아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 차장검사는 윤석열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하마평에 오를 정도로 검찰 내 공정거래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로, 국제법무 등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한 장관과 이 검찰총장의 동기인 연수원 27기들은 아무도 고검장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심지어 청주 지하차도 침수 관련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배용원 청주지검장을 제외한 다른 27기들은 일선 지검장에 보임되지도 않았다. 다만 현 정부 들어 단행한 지난해 첫 검찰 정기 인사에서 고검장으로 승진한 연수원 25기들은 이번 인사에서도 모두 고검장으로 전보돼 자리를 유지했다. 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연수원 26기과 달리 남아있던 임관혁 서울동부지검장과 심우정 인천지검장은 각각 대전고검장과 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재경지검의 한 차장검사는 "이원석 체제에 힘을 실어주는 인사를 한 것 같다"라며 "검찰총장보다 선배들만 일부 남겨두고 동기들의 힘을 빼서, 지휘 체계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말했다.
한편 대장동과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사건과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수사를 지휘해온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29기)은 유임됐다.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 수사를 맡고 있는 수원지검의 수장은 신봉수 대검 반부패부장(29기)으로 교체됐다. 신 검사장이 대검에서 전국 검찰청의 특수수사를 지휘하면서, 이 대표 관련 사건을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공안통인 김유철 대검 공공수사부장(29기)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있는 여의도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임명됐다. 남부지검은 금융·증권범죄와 가상자산범죄 중점 수사청으로 ‘여의도 저승사자’라는 별칭이 붙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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