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손녀 유학비용으로 부당 사용
출연 계열사 임직원 자녀에만 장학금 지급
국세청, 불성실 공익법인 향후 3년간 추적관리
국세청이 39개 공익법인에 대한 정밀검증에 나서기로 했다. 국세청은 이들 공익법인이 기부금으로 고가의 골프회원권을 사서 사적 용도로 사용하거나, 이사장 손녀의 유학비용으로 지출한 혐의를 포착한 상태다.
23일 국세청은 사적유용과 회계부정, 부당 내부거래 등 불성실 혐의가 있는 39개 공익법인에 대한 정밀 검증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최재봉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은 "기부금 부정 사용은 공익법인에 대한 신뢰도를 심각하게 훼손해 기부 의욕을 감소시키고 기부문화 활성화에도 걸림돌로 작용하며, 대다수 공익법인의 사회공헌 활동이 위축되므로 체계적이고 치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그동안 공익법인이 세법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에 초점을 뒀으나, 상반기 검증 결과 기부금 부정 사용 사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올 상반기 개별검증을 실시해 77개 법인의 공익법인 자금 부당유출, 공시의무 위반 사례 등을 다수 적발했다. 위반금액은 473억원, 예상 세액 26억원에 달한다. 이에 국세청은 상반기 검증결과를 토대로 공익법인 특성에 맞는 검증유형 발굴을 통해 불성실 공익법인을 선정해 정밀 검증을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국세청이 칼을 겨눈 주요 검증유형은 ▲부당 내부거래 ▲회계 부정 ▲공익목적 외 사용 ▲특정계층 혜택제공 ▲공익자금 사적유용 ▲허위 인건비 ▲기타 의무위반 등 7개다.
기부금으로 골프장회원권 구입해 이사장만 사용
국세청에 따르면 I공익법인은 기부금으로 다수의 고가 골프회원권을 매입하고는 주무관청에 '임직원 복리증진용'으로 신고했으나 실제로는 이사장 등 특정인이 사용하는 등 공익목적사업 외로 사적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법인은 기부금으로 취득한 재산을 매년 4월 홈택스에 결산서류 공시해야 함에도 이를 누락하는 등 불성실 공시 혐의도 있다.
공익법인 자금으로 해외 거주 가족의 학비와 생활비를 지출하고 근무 사실 없는 이사장 일가에게 인건비를 허위 지급한 사례도 있다. 공익법인 J는 공익법인 자금으로 해외에 거주하는 이사장 손녀의 해외 학교 등록금을 부당하게 지출하고, 공익법인 카드로 해외에 거주 중인 자녀의 국내 체류 생활비와 항공비 등 자녀 일가를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근로기간 동안 대부분 해외에 거주한 이사장 자녀 및 고령으로 사실상 근로가 곤란한 배우자를 실제 근무한 것처럼 근로자(또는 일용근로자)로 위장해 급여를 허위로 지급한 혐의도 있다.
A공익법인은 출연받은 체육시설을 자녀가 지분을 소유한 법인에 현저히 낮은 가액에 임대해 자녀 소유 법인의 이익을 늘려 배당을 통해 자녀에게 혜택을 주고, 공익법인의 임대 수입은 부당하게 축소해 신고한 혐의를 받는다. 또 A법인은 이사장 일가가 출자한 법인에 관리 수수료를 과다하게 지급했다. 이사장 일가는 고액의 급여를 수령해 고급 외제차와 골프장·호텔 이용 등 사치 생활을 영위한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이외에 국세청은 공익법인 자금으로 사주 일가의 사적 시설을 건축해 무상사용하거나 이사장이 직위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법인카드로 귀금속, 고가 한복, 상품권 등을 구입하는 등 사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와 장학재단 등이 출연자의 계열사 임직원 자녀에게만 장학금을 지급한 혐의를 따져 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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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국장은 "공익법인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신고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기부금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공익법인 자금을 불법으로 유출하는 등 세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불성실 혐의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개별검증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유사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회계 부정이나 사적 유용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3년간 사후관리 대상에 포함하는 등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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