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계 바이올리니스트…클래식 레볼루션에서 브람스 연주
"한국 관객들 클래식 음악 지식 수준 높고 매우 열정적"
"대부분의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축제에는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오랜 전통의 클래식과 혁신적인 신작을 모두 반영하는 매력적이고 다양한 연주 프로그램, 연주자와 관객 간 소통, 교육 프로그램 등 지역사회 문화 환경을 풍요롭게 하는 공헌 활동이 포함돼 있다."
대만계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은 롯데문화재단의 클래식 레볼루션이 세계적 클래식 음악 축제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이같이 꼽았다. 클래식 레볼루션은 롯데문화재단이 2020년 출범시킨 여름 클래식 음악 축제다. 올해 4회 축제가 지난 11일 개막해 오는 20일까지 이어진다.
클래식 레볼루션이 올해 축제에서 선정한 음악가는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 번스타인의 음악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의 음악도 들려준다. 번스타인이 20세기 작곡가였다면 브람스는 낭만주의 시대를 살았지만 고전주의의 탄탄한 형식미를 유지했던 작곡가로 일컬어진다. 어쩌면 첸이 강조한 전통과 혁신을 모두 반영하는 연주 프로그램을 마련한 셈이다.
2009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첸은 올해 클래식 레볼루션에서 가장 많은 무대에 오르는 연주자다. 브람스의 음악 세 곡을 연주한다. 11일 개막 연주회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했고 15일에는 실내악 무대에서 브람스 클라리넷 오중주와 헝가리 무곡 7번을 연주한다. 롯데백화점 키즈 오케스트라 마스터 클래스에도 참여한다.
첸은 브람스가 예민하고 열정적인 인물이었다며 이러한 특성이 음악을 통해 빛을 발했다고 설명했다.
"브람스는 우울함으로 유명했지만, 작품에 깊은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불어넣는 특별한 능력을 갖췄다. 브람스의 음악에서 슬픔은 단순히 '슬픔'의 한 층이 아니라, 슬픔에 우울함이 더해지고 애절함이 더해지는 등 여러 층이 섞여 있다. 바이올린 협주곡이나 클라리넷 5중주 같은 실내악 작품에서 이러한 복합성이 두드러진다. 브람스 연주의 본질은 이러한 감정의 복잡성을 포용하고 전달하는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 브람스의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을 한국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 인간의 감정에 대한 그의 깊은 이해를 함께 탐구하고자 한다."
관객과 소통을 강조한 첸은 열정적인 한국 관객들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첸은 "한국 관객들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지식이 매우 높아 더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고 관객들의 호응은 록 콘서트 분위기와 흡사할 정도로 활기차다"며 "이러한 생동감과 열정은 다른 공연장과 비교할 수 없는 에너지를 불어넣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관객들 특유의 생동감과 열정을 다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어서 클래식 레볼루션 참여 제안을 기꺼이 수락했다"고 덧붙였다.
첸은 이번 클래식 레볼루션 예술감독을 맡은 안드레아스 오텐잠머와 자주 협연했다. 그는 오텐잠머를 앤디라 칭하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앤디와 나는 다양한 실내악 연주에서 여러 번 함께 공연했다. 지휘자이자 예술 축제 감독으로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 앤디의 모습이 정말 기대된다."
첸은 15일 실내악 무대에서 함께 연주할 피아니스트 조진주에 대해서도 "커티스 음악원에서 함께 공부한 오랜 친구이자 훌륭한 음악가"라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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