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조업체 씨엠에스랩
이진수 대표 인터뷰
과감한 R&D 투자로 제품 혁신
땡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 한복판. 남녀노소 불문 선크림이 필수인 계절이다. 햇빛 속의 자외선은 피부 표피와 진피 사이 고분자 색소인 멜라닌을 증가시킨다. 이는 기미·주근깨·잡티 등 색소침착을 유발한다. 적외선은 자외선보다 피부 깊숙이 침투해 피부 온도를 높여 열노화를 일으킨다. 선크림과 쿨링패드 등 화장품을 개발해 20년 넘게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연구해온 업체가 있다. 메디컬 화장품업체 씨엠에스랩이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씨엠에스랩 본사 입구에 들어서면 한쪽에 갤러리와 같은 전시 공간이 있다. 이곳엔 태양을 형상화한 큰 유리조명이 설치돼 있다. 그 주변으로 씨엠에스랩이 개발한 화장품이 진열돼 있다. 이진수 씨엠에스랩 대표는 "우리가 햇빛을 연구하는 회사라는 상징성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2001년 설립된 씨엠에스랩은 클리니컬 더마 화장품 브랜드 '셀퓨전씨'를 개발해 병원들을 대상으로 초기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피부과에서 레이저시술을 받고 외출할 때 햇빛을 가리고 피부 톤업을 시켜주는 더마 화장품이 많지 않았다. 씨엠에스랩의 셀퓨전씨가 강남 피부과 병원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탄탄한 B2B(기업 간 거래) 사업 기반이 마련됐다.
씨엠에스랩이 한단계 도약한 것은 2013년 의료·산업기기 사업을 하는 원익그룹에 인수되면서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중심의 경쟁사 화장품이 중국 등지에서 불티나게 팔리자 기존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기업 체질 개선이 시작됐다. 이 대표는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2015년 씨엠에스랩 대표로 취임했다.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1986년 LG생활건강에 입사해 2015년까지 29년간 화장품 사업만 담당해온 이 분야 전문가다. 이 대표는 "기획·생산·마케팅·해외영업 등 안 해본 화장품 업무가 없다"면서 "주주·고객·직원 중 직원 행복이 최우선이라는 원익그룹 회장님의 경영철학에 감동해 몇몇 기업 대표 자리를 고사하고 씨엠에스랩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씨엠에스랩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제품 연구개발(R&D) 센터 설립이었다. 당시 회사가 적자였지만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LG생활건강 재직 당시 맺은 인맥을 총동원해 박사급 연구인력을 충원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는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주문만 하면 화장품을 쉽게 찍어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원천기술 확보 없이 더마 화장품을 찍어 판매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는 일이라 생각해 연구개발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기존 제품라인을 갈아엎고 기술개발에 집중한 약 2년 동안 섣불리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았다. 깐깐한 테스트와 효과 검증 과정을 거쳐 2017년 신제품 '셀퓨전씨 익스퍼트'를 출시했다. 기존 셀퓨전씨에 피부 보호막을 형성하는 '자연세라마이드'를 함유해 기존 병원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
선케어 중심의 다양한 B2C 제품도 선보였다. 2017년 9월 셀퓨전씨가 올리브영에 입점하면서 젊은 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셀퓨전씨는 2018년 올리브영에 입점한 200여개의 선케어 카테고리 제품 중 판매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뷰티 모바일 플랫폼 '화해'에서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선크림·로션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연구개발을 통한 셀퓨전씨 라인업 전면개편으로 대중 인지도가 높아진 씨엠에스랩은 온라인 채널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자사몰 외에도 네이버·쿠팡 등 제휴몰 입점을 확대했다. 이 대표는 "자사몰로 쌓은 데이터로 충성 고객과 구매 유형 등을 분석해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한다"면서 "제휴몰은 많은 소비자들이 찾는 공간이라 매출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과 베트남 등 20개국으로 수출도 활발하다. 2019년엔 K-뷰티 열풍에 힘입어 중국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최근엔 중국보다 베트남 시장에서 실적이 좋고 일본·홍콩·말레이시아 등에서도 큰 인기다. 이 대표가 취임한 2015년 80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518억원으로 7년 만에 6배 성장했다. 내년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 후 기업공개(IPO)에 나설 계획이다.
이 대표는 수평적 소통으로 바람직한 사내문화 형성에도 힘쓰고 있다. 씨엠에스랩 사무실 한쪽 벽엔 "계급장 떼고 예의 붙이고"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직원들은 직급 대신 닉네임을 부른다. 이 대표는 "분기마다 타운홀미팅을 열고 대표로서의 고민을 있는 그대로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면서 "사장실 문도 항상 열어놓고 임직원과 고충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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