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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타자기]호러를 사랑하는 겁쟁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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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린 시절 공포심에 잠 못 이룬 경험이 있을 것이다. 수학여행이나 수련회에서 친구들과 둘러앉은 좁은 방에서 입담 좋은 친구가 둘려주는 무서운 이야기의 기억을 떠올려보라. 선생님 말씀은 지독히도 안 듣던 친구들도 침을 꼴깍 삼키며 이야기를 경청한다. 어떤 친구는 너무 무서워 이불을 덮어쓰고 있다. 하지만 얼굴을 빼꼼 내밀어 계속해서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도저히 그 호기심을 참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나서야 후회한다.


[빵 굽는 타자기]호러를 사랑하는 겁쟁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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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이 돋는다’는 공포물에 대한 에세이다. 저자는 호러를 사랑하는 겁쟁이다. 책에서 영화는 물론 게임, 괴담 등 공포 요소가 등장하는 모든 콘텐츠를 다룬다. 좀비와 괴물, 우주, 물속 등. 그리고 공포에 대한 고찰 결과 그 무엇보다 무서운 대상은 바로 사람이라고 밝힌다.


저자는 힘들게 공포물을 보는 겁쟁이들을 위로한다. 오히려 공포물을 가장 잘 즐기는 사람들이라고 칭찬한다. 호러의 목적이 사람들을 공포에 휩싸이게 하는 것인데 겁쟁이들은 이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창작자가 의도한 함정에 허우적대고 조여오는 긴장감에 눈을 가리면서도 공포물을 보는 게 호러라는 장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체험하는 방법이다.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저자의 능력은 탁월하다. 예를 들어 저자는 공포물을 보고 난 후, 혼자 침대에 누웠을 때의 상황을 세세히 묘사한다. 갑자기 크게 들리는 듯한 냉장고의 윙윙거리는 소리, 옆집에서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그외 ‘딱’ ‘쿵’ 등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오싹한 소음들 그리고 괜히 이불 밖으로 튀어나온 발에서 느껴지는 스산함 등. 겁쟁이들은 저자가 묘사하는 세계를 그림 그리듯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공포를 통해 사회의 변화를 풀어내는 점도 흥미롭다. 한 예가 처녀귀신이다. 처녀귀신들은 모두 한을 가지고 있다. 정절을 잃고 죽은 처녀귀신은 남성인 사또 앞에 등장해 사건의 해결을 요구한다. 여자라는 이유로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처녀귀신은 죽어서까지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는 셈이다. 이렇듯 귀신으로 등장하는 존재는 당시 사회가 억압하던 약자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다만 최근 들어 처녀귀신은 사또 앞에서 한이 담긴 사연을 읊는 것을 넘어 스스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갈 길은 멀지만, 사회가 많이 변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저자가 결국 가장 무서운 존재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대목에서는 책 제목처럼 ‘소름이 돋는다’. 공포를 주제로 한 커뮤니티의 게시판 글을 읽다 보면 도저히 믿기지 않는 잔혹한 범행이 실제 사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얼마 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도 괴담 같은 일이 발생했다. 한 남성이 1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남성 4명을 향해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서로 일면식도 없던 피해자들은 그저 길을 걷다 참변을 당했다. 범행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돌면서 많은 사람이 공포에 휩싸였다. 책에서 언급하는 무서운 괴물과 좀비, 귀신보다도 가장 무서운 존재는 사람이다.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다가왔다. 선풍기 바람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럴 때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물을 접하는 것은 어떨까? 겁쟁이여도 상관없다. 이 책이 호러 세계로 향하는 겁쟁이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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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이 돋는다 | 배예람 지음 | 참새책방 | 204쪽 | 1만3500원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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