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세상에…천사"
더위에 지쳐 길가에 앉아 있는 한 남성에게 생수 한 병을 건넨 시민의 모습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30대 자영업자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여성 손님 목격담을 전했다. A씨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한 여성 손님이 생수를 직접 결제해 편의점 앞 길가에 앉아 있는 중년 남성에게 건넸다.
A씨는 당시 매장 입구 폐쇄회로(CC)TV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이미지를 보면, 중년 남성은 편의점 앞에 고개를 떨군 채 앉아 있다. 시간은 오후 2시15분께로, 이날 낮 최고 기온은 35도 안팎이었다.
그러나 여성이 물을 놓고 간지 약 30초 만에 남성은 돌연 길바닥에 쓰러졌다고 한다. 이를 본 여성은 급히 편의점으로 돌아와 상황을 알렸고, A씨는 119 구급대를 불렀다.
다행히 남성은 쓰러진 충격으로 상처를 입어 약간의 출혈이 발생한 것 외에는 신체에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구급대는 남성에게 후속 조치를 권했지만, 남성은 거부했다. 그는 편의점 앞에 조금 더 앉아 있다가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A씨는 "요즘 같은 세상에 모르는 사람에게 작지만 저런 선의를 베푸는 게 어렵다"라며 "고민 없이 시원한 생수를 하나 사드리는 마음씨가 너무 보기 좋았고, 여성분의 마음이 너무 예뻐서 글을 올린다"라고 사연을 게재한 이유를 전했다.
이어 "40년 가까이 산 저도 그분에게 하나 배웠다"라고 강조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은 "손님의 착한 마음씨가 사람 한 명 살렸다", "천만다행이다", "천사 같은 분이다" 등 여성 손님에게 찬사를 보냈다.
한편 낮 기온 35도 안팎에 이르는 무더위가 지속하면서, 온열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기상청이 장마 종료를 선언한 지난달 26일 이후 29일까지 나흘간 255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까지 올해 전체 온열질환자 수는 총 1015명이다. 지난 주말 온열질환으로 숨지거나,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만 11건에 달한다.
특히 고연령일수록 온열질환 치명률이 높아진다. 올해 온열질환자는 65세 이상 노인이 27.3%(277명)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20.7%(210명)로 그 뒤를 이었다.
온열질환을 예방하려면 가장 더운 시간대에 야외에 나가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지난해 온열질환자 중 절반이 넘는 51.4%도 오후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발생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