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해외 부동산 투자 부실 우려
보험업계 "큰 문제 없다"
금융당국도 강도 높은 관리 중
올해 하반기 금융권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부동산 투자 부실이 꼽히고 있다. 증권사와 저축은행, 캐피탈 업체 위주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리스크가 보험사로도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은 PF 대출 규모는 크지만,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한 만큼 건전성 저하 가능성은 작다는 입장이다.
25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부동산 PF 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보험업계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44조3000억원으로 전체 업무 권역 중 가장 많았다. 증권(4조5000억원), 저축은행(10조5000억원)은 물론 여신전문금융사(26조8000억원), 은행(39조원)도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하반기 부동산 PF 대출 위기가 불거질 경우 보험사 건전성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업계와 당국은 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연체율이 낮은 데다 대부분 안정적인 단계에서 투자했기 때문에 부실 위험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기준 보험업계의 PF대출 연체율은 0.66%로 연체가 없는 은행에 이어 가장 안정적인 수준이다. 증권(15.88%), 여신전문금융사(4.20%), 저축은행(4.07%)과 비교해도 크게 낮은 편이다.
또 일부 보험사들이 해외 대체투자 관련 송사에 휘말렸지만, 보험사들의 자본 규모에 비하면 크게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다. 앞서 2018년 교보생명은 다 올 자산운용이 주도한 미국 워싱턴DC의 기차역 ‘유니언 스테이션(US)’ 대출채권에 다른 금융사 2곳과 함께 10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현지 이용객이 줄면서 투자 계약을 체결한 US의 자회사가 파산 상태에 빠졌고, 미국 국영 철도회사 암트랙이 역사를 2억5000만달러에 강제 수용하겠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교보생명의 전체 자산 122조원(올해 1분기 말 기준)에 비하면 크지 않은 비중이다.
교보생명 측은 "현재 현지·국내 운용사 및 법무법인 등을 통해 관련 대응을 하고 있다"며 "투자금 회수와 관련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 올 자산운용 관계자도 "해외 기관 두 곳으로부터 7000억원의 자산가치를 인정받았다"라며 "원금과 이자 등을 합치더라도 5000억원 미만으로 투자금 회수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밖에 롯데손해보험도 메리츠증권과 2018년 560억원 규모로 투자한 해외 대체투자 관련 손해배상 소송을 벌이고 있지만 이후 추가 해외 대체투자는 거의 하지 않으며 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산 운용이 기본적인 원칙이라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에 참여할 때도 다소 수익률이 낮더라도 최대한 안정적인 단계에서 진입한다"라며 "해외 부동산에 투자할 때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는 단계에서 진입하는 증권사와 달리 보험사들은 건물이 거의 지어진 단계에서 추가 자금을 조달할 때 들어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최근 일부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자산의 연체 발생 등으로 요주의 자산이 증가했지만, 만기 및 선순위 성을 고려할 때 건전성 저하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도 주기적으로 보험사의 해외 대체투자 관련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6개월마다 부동산 PF 현황을 파악하고 있고 스트레스 테스트도 강도 높게 하고 있다"라며 "보험사의 자산은 은행 요구불예금처럼 갑작스레 빠져나갈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 은행 '예금 대량인출(예금 대량인출)'과 같은 우려도 없고 대손충당금도 보수적으로 적립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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