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룻밤 꿈을 꿀 때, 신나고 즐거운 꿈도 있지만 눈물이 나도록 슬픈 꿈도 있습니다. 깨고 나면 모든 것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겪는 일들은 '꿈'과 같습니다. 우리의 마음과 생각이 실재한다고 여기기 때문에 꿈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합니다. '허깨비'에 속듯이 즐거움이 언제나 계속될 듯 행복해하고, 괴로움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듯 괴로워 죽겠다고 합니다. 꿈에서 깨어나면 모든 것이 사라지듯 우리의 즐거움도, 괴로움도 '물거품'처럼 사라집니다.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그림자' 놀이인 셈이지요. 해가 뜨면 사라지는 '이슬'과 같고, 번쩍하자마자 사라지는 '번개'와 같습니다.
기쁨이나 슬픔, 사랑이나 미움은 모두 마음이 빚어놓은 것들입니다. 원인과 조건이 갖추어져 생겨나는 하나의 사건이지요. 만들어진 것이니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원인과 조건이 다하면 나의 느낌과 생각도 사라집니다. 따라서 그것이 영원하기라도 할 것처럼 욕망하고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모든 분별은 자기 마음의 투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나'를 중심으로 편집된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보는 세상의 모습은 내가 본 대로 실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환영처럼, 그림자처럼, 그 실체는 비어 있습니다. 결국 <금강경>에서 전하고자 하는 지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실체 없음'·'비어 있음'에 대한 자각입니다. '공'이라는 용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경전 전체에서 이처럼 공 사상이 넘쳐흐릅니다.
-김성옥, <인문학 독자를 위한 금강경>, 불광출판사, 1만6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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