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13일 오전 7시를 기해 의료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보건의료노조가 19년 만에 벌이는 대규모 파업에 전국 140개 의료기관 4만5000명이 참여하면서 의료 현장과 환자·보호자들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파업 참여 병원들은 응급실과 중환자실, 분만실 등 필수의료 유지에 나섰으나 진료 지연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 불편 대단히 죄송"…진료 공백 불가피
13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은 주영수 원장 명의로 '환자 및 보호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보건의료노조 파업으로 빚어질 의료서비스 차질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앞서 파업과 관련해 빠른예약 업무가 지연될 수 있다며 양해를 부탁한다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주 원장은 "응급실, 중환자실, 외래, 수술실 등 필수적인 진료 부문은 정상 운영할 예정"이라면서도 "인력 부족으로 진료 지연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느끼실 불편에 대해 국립중앙의료원장으로서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전했다.
전국 상급종합병원 45개소 가운데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병원은 18개소로 알려졌다.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지만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경희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 고려대구로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고려대안산병원, 아주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평촌) 등이 참여한다. 또 지방 상급종합병원 중에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강원), 단국대병원(충남), 충남대병원(대전), 원광대병원·전북대병원(전북), 전남대병원·조선대병원(광주), 영남대병원(대구), 부산대병원(부산), 양산부산대병원(경남) 등이 참여하고, 지방의료원지부 26개도 파업에 동참해 지역 의료공백이 우려된다.
이미 국립암센터는 앞서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이 예고된 13~14일 예정된 수술 일정 100여건을 모두 연기했다. 인력 부족으로 가용 가능한 병상이 적다 보니 수술하더라도 이후 입원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부산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은 입원 환자를 퇴원시키거나 전원시켜 환자들의 불편이 속출했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관계자는 "당장 수술 취소나 입원 환자를 줄일 계획은 없다"면서도 "파업 진행 상황을 살피며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민 살리는 파업" vs "정치파업"
보건의료노조는 '무기한' 파업이라고 밝혔지만, 실질적으로는 13~14일 이틀간 투쟁 역량을 집중시키는 모습이다.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 집결해 '산별총파업대회'를 개최하고, 14일에는 서울·부산·광주·세종 등 4곳에서 거점 총파업대회를 연다. 이 같은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은 2004년 주5일제 전면 도입을 요구하며 파업한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2021년 9월에도 총파업을 예고했으나, 노정합의가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파업 직전 철회했었다.
노조는 그간 ▲비싼 간병비 해결을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환자안전을 위한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제도화와 적정인력 기준 마련 ▲무면허 불법의료를 근절하기 위한 의사인력 확충 ▲필수의료서비스를 책임지는 공공의료 확충 ▲코로나19 전담병원 정상화를 위한 회복기 지원 ▲코로나 영웅에게 정당한 보상을 ▲9.2 노정합의 이행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처우 개선 등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공공의료가 위기에 처해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이번 총파업 투쟁은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파업"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이번 총파업이 '정치파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외면한 채 민주노총의 정치파업에 동참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도 파업 참여 상급종합병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정부가 의료현장 개선을 위해 여러 정책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 정부 정책 이행 시점을 이유로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파업은 정당하지 못하다"며 "보건의료노조는 파업 계획을 철회하고 환자 곁을 지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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