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금태섭, 신당 창당 추진
친박연대, 비명계 등 추론 이어져
전문가들 '인물'과 '색깔'이 중요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의도에 ‘신당 창당’ 바람이 불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 양당에 대한 정치 불신으로 인해 ‘제3지대 신당’이 탄력을 받고있는 것이다. 금태섭 전 의원과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각각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고, 또 다른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신당 성공을 위해선 구심점이 될 중량감 있는 ‘인물’과 뚜렷한 ‘색깔’이 필요한데, 현 상황에서는 이들의 미래가 여전히 ‘물음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의희망 이어 새로운당…신당 창당 '러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장 먼저 신당 창당 움직임은 보인 인물은 더불어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다. 양 의원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한국의희망’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창당 발기인은 같은 달 20일 기준 1023명으로 김성용 CR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이사, 강신우 종합기획사 아티잔 대표(전 국가안보실 정책보좌관),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임형규 전 SK그룹 부회장, 최명숙 광주 현대병원 원장,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등이 포함됐다.
금 전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신당 준비모임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은 지난 3일 신당 명칭을 ‘새로운 정당 준비위원회’(새로운당)으로 확정했다. 이와 함께 창당 준비를 본격화했다. 금 전 의원은 편의점주이자 ‘봉달호’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곽대중씨를 1호로 영입했다. 실무를 총괄하는 집행위원장에는 정호희 전 민주노총 대변인이 임명됐다.
민주당에서도 이낙연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명계 신당’ 가능성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 창당이 점쳐진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추 전 장관에 대해 “정치 재개를 하려니 명분도 필요하고 근거지도 필요한데 소위 강성 지지층을 다시 자신의 지지층으로 데리고 오려고 하는 것”이라며 “결국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손을 잡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18대 총선을 앞두고 창당한 ‘친박연대’와 같은 신당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원조 친박’으로 꼽히는 최경한 전 경제부총리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를 만나는 등 최근 정치 행보에 시동을 걸었고, 박근혜 청와대에서 ‘왕수석’이던 우병우 전 정무수석의 출마설도 나온다. 김용남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내년 총선에서 친박 연대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 전 총리나 아니면 박근혜 정부의 핵심으로 활동했던 분들도 그런 것(신당 창당)까지 염두에 두고 계신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친박연대와는 별개로 극우 쪽을 대변하는 새로운 당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양당 정치의 한계…무당층 30% 신당 토대
신당 창당 움직임은 양당 정치에 실망한 무당층 비율이 30%에 육박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1주부터 6월1주까지 무당층 비율은 26~28%를 기록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무당층 비율은 1월 마지막주 29%에서 6월 마지막주 32%로 올라섰다.
'제3지대 신당'에 대한 찬성 의견도 국민 절반에 육박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5일 발표한 조사(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한국 정치발전을 위해 제3지대 신당이 필요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47.7%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 때문에 신당은 기존의 거대 양당과 차별화한 모습을 보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양 의원의 경우 한국의희망을 ‘세계 최초 블록체인 플랫폼 정당’으로 만들 생각이다. 양 의원은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오랫동안 한국의희망이 연구한 정당 시스템과 기업의 기술력을 더해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플랫폼 정당이 출범한다”며 “정당의 4요소인 당원·공천·정책·자금이 블록체인 기술의 투명성, 불변성, 안정성에 기반해 전혀 새로운 질서와 문화를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 전 의원은 거대 양당을 비판하며 제3지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 전 의원은 지난 4일 새로운정당 준비위와 광주시민회의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국민의힘도 썩었고 민주당은 무능하다”며 “새로운 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당 창당 성공의 공식 1호 '인물'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 신당에 대해 ‘물음표’를 제기한다. 과거 제3지대 세력이 돌풍을 일으킨 사례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만든 국민당, 김종필(JP) 전 총리의 자유민주연합,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창당한 국민의당을 꼽을 수 있다. 드물지만 성공 케이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무당층도 증가했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현재 양당 체제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아서 신당 창당을 위한 환경은 조성됐다고 본다”며 “아직은 신당 창당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조금 더 두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 또한 “아직까지는 신당 창당이 성공이나 실패를 이야기하기는 좀 이른 것 같다”며 “그래도 여론조사를 보면 무당층이 30%에 육박하기 때문에 기회는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신당 성공을 위해선 ‘인물’과 ‘색깔’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중량감 있는 인사가 신당의 핵심 조건으로 꼽았다. 장 소장은 “국민적인 인지도와 지지도가 높은, 신망이 높은 대선 후보급 인물이 (신당의) 구심점에 있어야 한다”며 “아니면 비전이 뚜렷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또한 “그동안 성공했던 제3지대를 보면 기둥이 될 수 있는 중심 인물이 대선주자급은 돼야한다"며 “정당을 만드는 것은 솜사탕을 만드는 것과 같은데 가장 중요한 중심 막대기가 있어야 녹은 설탕들이 엉겨 붙게 된다”고 말했다.
평론가는 또 “아직까지 양 의원과 금 전 의원의 신당 구성을 보면 팀 컬러가 분명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며 “양 의원의 경우 과학기술자 중심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노력을 한 흔적이 보이기는 하지만 과학기술계에서 좀 더 영향력 있고 명망 있는 인물들이 들어오면 더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금 전 의원 또한 조직을 만든다고 하는데 어떤 인물군이 포함됐는지 알기 어렵고 힘을 보태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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