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게이트]SG 사태 첫 공판…재판부 "시세 조종 책임 물을 것"

라덕연, 가벼운 혐의만 인정
재판부, 공범재판 병합 예정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주범 라덕연 호안 대표가 재판에서 시세조종 혐의를 부인하고 나섰다. 체포 전 '주가폭락의 원인을 찾는 게 핵심'이라는 주장을 재판정에서도 이어 간 것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정도성)는 29일 라 대표와 측근 변정수 호안에프지 대표, 안정진 시그니처골프 대표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라 대표는 "시세조종으로 오해받을 만한 주식매수를 지시했지만 시세조종 의사가 없었고 시세조종을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무등록 투자일임업 혐의는 처음부터 인정했으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불법투자일입업 혐의로 인해 발생한 부분만 인정했다.

라 대표 일당은 자본시장법 위반(시세조종, 무등록투자일임업),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2019년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투자자들로부터 끌어들인 돈으로 삼천리·다우데이타 등 8개 상장기업의 주가를 통정매매 방식으로 조작한 혐의(자본시장법 상 시세조종)를 받는다.

또한 2019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금융투자업 등록 없이 투자일임 고객을 유치, 고객 명의로 CFD 계정을 위탁 관리해 1944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자시법 상 불법 투자일임업)와 2020년 4월부터 지난 4월까지 투자자들에게 받은 수수료를 골프장, 음식점 등 다른 법인에서 결제해 이곳의 매출 수입으로 꾸미거나 차명계좌로 지급받은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도 있다.

라 대표 일당은 투자자들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와 주식 계정을 통해 주식을 사고팔면서 주가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라 대표를 체포하기 전 압수한 휴대폰만 200여대에 달한다. 라 대표 일당은 당국의 IP(인터넷 접속 주소) 추적을 피하기 위해 투자 명의인의 집이나 직장 주소지 등 각기 다른 곳에서 거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개설한 차액결제거래(CFD) 계좌가 주가조작의 수단으로 쓰였다는 의혹을 받았다.

라 대표는 CFD 계좌 개설과 관련 "CFD계좌는 투자자 이름으로 주식을 사고팔지 않고 매수·매도 주문을 넣으면 증권회사가 사고판다"며 "이 경우 투자자들은 자기 명의 주식거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양도소득세, 취득세를 부담하지도 않아도 돼 익명성 보장을 위해 (CFD가) 이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을 조정하면서 "분명한 건 이 사건에서 주가 폭락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폭락 전까지 관련 종목들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상승시키고 범죄수익을 받고 은닉했는지에 대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측은 폭락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검찰 측은 재판부가 '폭락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묻자 "전체적으로 분석 중"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주식매매 총괄 박모, 재무 및 범죄수익 관리 총괄 장모, 투자유치 및 고객관리 총괄 조모 등 3명도 출석했다. 이들은 다음 기일에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 재판부는 라 대표 일당 3명과 박씨 등 3명의 재판을 병합 진행할 예정이다.

※ 이번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자본시장 질서에 경종이 울리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가 진상파악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투자피해 사례와 함께 라덕연 측의 주가조작 및 자산은닉 정황, 다우데이타·서울가스 대주주의 대량매도 관련 내막 등 어떤 내용의 제보든 환영합니다(jebo1@asiae.co.kr). 아시아경제는 투명한 자본시장 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