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충실하게 살다 보니 지난 시절을 곱씹어볼 여유가 없다. 지금 나의 삶에 꽤 만족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하지만 암울했고 우울했던 어떤 날들이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30대 중반, 대체로 가장 열정적으로 눈 코 뜰 새 없이 살아가는 시기, 힘든 가운데에서도 인생 계획을 세우고 그 희망으로 살아가기 마련인 그때가 나에게는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던 20대가 너무 후회되었고 되돌릴 수 없음에 아파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크게 소리를 지르며 우는 밤도 많았다. 당시에는 나의 선택이 모두 어리석고 무모하게 느껴졌고 남들보다 몇 년은 뒤처졌다고 생각하며 두려웠다. 그러니 앞날에 대한 희망도 없었고 다시 과거의 나를 원망하는 악순환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의 선택이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크게 앞서가지도 않지만, 또한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했고, 결코 늦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 악순환의 고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계기는 작은 성취감을 맛보게 되면서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자신감을 갖고 희망도 그려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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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때로는 분노로 가득 찼던 과거의 지질한 경험들을 통해 나는 피해야 할 것들과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절대로 알지 못했고, 알 수도 없었던 것이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모든 문제는 당연하게 나로부터 시작된 것이라 내가 바뀌면 된다고 마음먹었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바닥까지 내려갔다 온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절감한 것이다.
그럼에도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또 아직 살아보지 못한 미래에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 알 수도 없다. 하지만 과거에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한 경험이나 실패들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으니 인생의 오답노트를 작성하듯 계속 고치고 발전시켜나갈 자신감으로 살아가고 있다.
-김태민, <인생 커트라인은 60점이면 충분하다>, 멜라이트, 1만4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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